[공연리뷰]수원SK아트리움 개관기념 페스티벌 ‘손열음 피아노 리사이틀’

시간이 정지한 듯 했다. 대공연장을 가득 메운 1천여 명 관객은 숨을 죽인 채 파이니스트 손열음이 안내하는 ‘스트라빈스키, 페트루슈카의 세 개의 악장’ 속으로 침잠했다.

거대한 오케스트라에 둘러싸여 있어도 특유의 개성과 빛을 잃지 않았던 이날 무대에는 스타인웨이 피아노 한 대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도 공연장의 무대와 객석은 꽉 차고 넘쳤다. 차분함과 열광이 함께 했던 이날 공연은 개관 기념 페스티벌이 열리는 8일 밤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 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로 인정받으며 뉴욕 필, 체코 필, 도쿄 필 등 세계적인 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한 그녀였다.

이 같은 명성으로 음악계 인사는 물론 클래식 애호가와 시민의 폭발적 관심으로 950개의 객석은 이미 만석을 이뤘다.

이날 공연의 백미는 2부 곡으로 연주된 ‘스트라빈스키, 페트루슈카의 세 개의 악장’ 이었다. 다소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던 1부곡 ‘거슈윈, 프렐류드 No.2 안단테 콘 모토 에 포코 루바토’, ‘라벨, 쿠프랭의 무덤’과는 사뭇 달랐다.

러시아의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가 1912년 작곡한 이 곡은 당대 러시아 발레단의 천재 기획자인 세르게이 디아길레프를 위한 발레곡이었다.

영혼을 지닌 불행한 광대 인형 ‘페트루슈카’의 음울하면서도 환상적인 이야기와 감정을 살린 높은 난이도를 지닌 난곡 중 난곡으로 평가받는 곡이다.

‘러시아 춤’으로 시작해 ‘페트루슈카의 집’을 거쳐 ‘사육제의 주간’으로 끝을 맺는 이 곡은 무한한 기교와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구사하는 손열음을 표현하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이날 2부 공연의 끝 곡으로 ‘고도프스키, 요한스트라우스 2세의 <와인과 아가씨 그리고 노래 왈츠> 교향적 변용’이 흘렀다.

이날 정규 공연이 끝나고 사제의 정을 느낄 수 있는 훈훈한 무대도 이어졌다. 4차례에 걸친 커튼콜에 화답하듯 손열음은 ‘리스트,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초절기교 연습곡 중 제3곡 라 캄파넬라’ 연주를 마친 뒤였다.

관객의 박수에 끌리듯 무대 앞으로 다시 나온 손열음은 객석을 향해 말했다. “이렇게 훌륭한 공연장을 가지게 된 수원시민들에게 진심으로 드리며, 이 곡을 평생의 은사인 김대진 수원시향 지휘자에게 바친다”고.

그 뒤로 ‘엘가의 사랑의 인사’가 객석의 분위기를 봄의 기운으로 이끌었다. 열정적이면서도 차분한 공연이었다.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