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위한 성숙한 시민의식

여러 나라의 문화가 한 곳에 모여 서로 나누고 인정하면서 새로운 문화의 꽃을 피우는 것은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다. 그래서 많은 뜻있는 사람들과 단체들이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건강한 다문화사회통합’ 이라는 아름다운 사회를 도전해왔다.

물론 이런 기분 좋은 상상만 했던 것은 아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슬로건의 이면에는 이주민들을 향한 우리사회의 부정적인 면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이주민을 우리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우리의 모습, 건강한 통합이 아닌 동화주의에 기초해 이주민들을 2등 시민으로 여기는 우열(優劣)의 구분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1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을 수립해 이주민들을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만 대해왔다.

예컨대 다문화인은 불쌍한 사람, 동정의 대상, 수혜의 대상, 더 나아가 잠재적 범죄자로 여겨왔던 것이다.

그리고 2013년부터 2018년까지의 2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 역시도 개선된 내용 없이, 오히려 기존 1차 기본정책을 더욱 노골화 한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이주민의 수적 증가와 체류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사회적 비용의 증가와 이주민으로 인한 우범지대의 증가, 더 나아가 국가 정체성의 혼란 또한 가중 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기우를 배경으로 기본 정책을 수립했다. 동화되기 쉽고 말 잘 듣는 이주민 또는 맞춤형으로 써먹기 좋은 이주민들을 선별해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결국 외국인 관리와 통제가 더욱 강화된 정책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이주민 기본정책이 소수자들을 위한 장기적인 안목에서 의무 권리 등의 양질의 정책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당장 눈앞의 문제를 정리하는 방향으로 가다보니 가장 쉬운 관리 방법으로서 이주민들을 하나의 범주로 묶으려하는 것이다.

언젠가 필리핀 북부 루손의 마닐라 근교의 소도시 칼루오칸에서 의료봉사를 하다가 경험한 일이다. 한 중년의 한국인이 운전을 하다가 교통법규를 위반해 현지 경찰관에게 적발됐다. 경찰관은 면허증을 제시하라고 요구했고, 한국인 운전자는 경찰관에게 고성을 지르고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한국인 운전자는 “여기 위반하는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닌데, 나만 단속하는 이유가 돈을 달라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남의 나라에서 경찰관에게 고성을 지르는 건 아닌데 하면서 무슨 오지랖인지 그 사이를 끼어들어서 중재를 하다가 그 경찰관이 하는 말에 두고두고 마음이 편하질 않았던 기억이 있었다. “한국 사람은 모두가 다 무례해!”

그 한마디의 말은 나에게 비수와도 같았다. 나는 마음속으로 계속해서 그 경찰관의 말을 부정하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한국인들이 예의가 바르고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들인데…”

사실 칼루오칸은 관광지나 교육도시가 아닌 그저 지방 소도시일 뿐이다. 그래서 그곳에서는 한국 사람을 만나는 일이 흔치 않은데 그 경찰관이 얼마나 많은 한국 사람들을 경험해 보았기에 그렇게 한국 사람들을 평가절하 하는지.

예로부터 중국 사람들은 우리나라를 가리켜 ‘동방의 예의를 중시하는 군자의 나라’라고 불렀으며, 사실 우리는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그 칭호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소수의 경거망동하는 이들로 인해 한국인들 전체가 비난을 받는 일들이 더러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한 두 사람의 잘못된 행위를 보고 전체를 집단화해서 비난하는 것은 결코 옳은 모습이 아니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우리사회에 새롭게 편입돼 우리의 이웃으로 살아가는 이주민들을 전체화하는 풍토가 사라지길 바란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지고 이주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을 그 개체로 인정해주는 넉넉한 마음이 필요할 때다.

김철수 목사•사랑마을이주민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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