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는 좀처럼 멎을 줄 몰랐다. 지난 11일 밤 10시30분. 체코 프라하 드보르작홀을 가득 메운 1천200명의 청중이 하나가 돼 손벽을 쳤다.
이윽고 김대진 수원시립교향악단 지휘자가 무대 중앙에 섰다. 두 시간 동안 이어온 공연을 끝낸 뒤 박수를 받으며 무대 뒤로 퇴장했다가 다시 무대 앞에 나와 인사하길 벌써 3차례나 반복한 다음이다.
드디어 앙코르를 들려주기로 결심한 모양이다. 곧 차이코프스키의 발레모음곡 ‘백조의 호수’가 낭랑하게 울려 퍼진다.
수원시립교향악단이 낭만의 도시, 체코 프라하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 7일 오스트리아 빈 ‘무직페어라인’과 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이태리 문화원’ 공연을 마친 3번째 유럽 순회공연을 통해서다.
전체적인 레퍼토리는 앞선 무대와 비슷했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1부 협주곡 협연자의 변화가 있다. 지난 공연에서 신들린 기교와 화려한 미감을 선보인 피아니스트 손열음에 이어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인 김소옥이 새로운 협연자로 나선 것.
이날 수원시향과 김소옥이 함께 선보인 협주곡은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라장조 작품 35’다. 전체 연주 시간 중 3분의 1가량이 바이올린 독주일 정도로 상당한 기교와 체력을 요구하는 어려운 곡이다.
짙은 붉은색의 드레스를 입고 나온 김소은은 수원시향과 어우러져 공연을 매끄럽게 이어갔다. 장중한 오케스트라 연주와 김소은의 화려한 독주가 서로 주고받듯 번갈아 흐르며 곡도 절정으로 치달았다.
3악장으로 구성된 협주곡이 끝나자 화려하고 아름다운 공연에 화답하는 듯 무대 밖에서 두 개의 꽃다발이 김대진 지휘자와 김소은에게 전해지기도 했다.
10분간의 인터미션을 거친 뒤 이어진 2부 공연은 지난 공연과 동일한 레퍼토리로 진행됐다.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4번 바단조 작품36’. 이번 연주 역시 호연이었다.
연주를 이루는 현의 일사 분란함과 관의 노도 같은 폭풍은 4악장에서 폭발했다. 활 대신 현을 손으로 튕기는 주법인 ‘피치카토’가 지배하는 3악장에서의 리듬감은 춤추듯 지휘하는 김 지휘자의 제스처만큼이나 활달했다.
모든 연주가 끝난 후에도 감동을 나누며 자리를 뜨지 못하던 관객은 기립박수와 앙코르를 환호하여 연주회의 감동을 표현했다.
이날 앙코르는 백조의 호수 ‘정경’에 이어 차이코프스키 호두까기인형 ‘꽃의 왈츠’, 요한스트라우스2세의 ‘피치카토 폴카’ 등 모두 3곡이 연주됐다. 앞선 공연보다 앙코르가 1곡 더 늘어난 셈이다. 이날 뜨거웠던 공연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수원시향은 오는 12일(현지시각) 오후 7시 30분 독일 뮌헨 ‘헤라클래스 홀’ 공연을 끝으로 유럽 4개국 순회공연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체코 프라하=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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