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서로의 마음을 들어보자

김학중

어느 사회든 소위 ‘주류(主流)’와 ‘비주류(非主流)’가 있기 마련이다. 사회구조에 관련된 주류의 사전적인 뜻은 “사상이나 학술 따위의 주된 경향이나 갈래, 조직이나 단체 따위의 내부에서 다수파를 이르는 말”(표준국어대사전)이다. 하지만 이 정의 속에는 뜻밖의 함정이 있다. 주류든 비주류든, 사실상 해당 사회나 사조(思潮)를 이끄는 리더들은 소수이고, 대다수는 그들의 추종자들이기 때문이다. 즉 주류와 비주류의 차이는 원칙적으로 본질의 차이가 아니라 추종자들의 규모의 차이다. 그러므로 한 사회가 건전하게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비주류의 의견이나 사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비주류의 의견과 주장들은 주류의 리더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이 듣기에도 충격적이거나 민망한 경우가 많다. 이것은 비주류의 목소리 자체도 낯설지만, 주류에 대해 선명한 각을 세우기 위하여 비주류 스스로가 당면문제를 다소 과장하거나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작년(2013)에 한국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준 ‘의사에게 살해 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이다. 책 제목뿐만 아니라 내용도 상당히 도발적이다. “의사가 병을 만들고 환자를 만든다. 병원에 자주 가는 사람일수록 빨리 죽는다. 암의 조기 발견은 행운이 아니다. 암 수술하면 사망률이 높아진다. 한 번의 CT 촬영으로도 발암 위험이 있다. 의사를 믿을수록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항암 치료가 시한부 인생을 만든다. 암은 건드리지 말고 방치하는 편이 낫다. 암 방치요법은 환자의 삶의 질을 높여준다. 암 검진은 안 받는 편이 낫다. 체중과 콜레스테롤을 함부로 줄이지 마라. 염분이 고혈압에 나쁘다는 것은 거짓이다. ‘내버려두면 낫는다’고 생각하라” 등이다. 한마디로 일반적인 의학상식을 완전히 뒤집는다.

과연 일반 대중들은 이 책의 극단적인 주장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금부터라도 병원검진을 거부하고, 특히 암 투병환자들은 당장 암 치료를 중단해야 할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이 책을 문자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오히려 저자의 진심을 오해하는 것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 책의 저자인 콘도 마코토(近藤誠) 역시 방사선 암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의학박사)이며, 자신의 분야에서 남다른 학문적 업적을 남긴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의 진심은 일부 병원들 및 의사들의 비양심적인 과잉진료 행위를 지적함과 동시에 환자들에게는 무작정 살려고 발버둥치기보다 ‘웰다잉(well-dying)’에 더 큰 관심을 가지라고 권면함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렇게 말한다. “자연사를 선택하면 평온한 죽음을 맞을 수 있다. 죽음을 대비해 사전의료의향서를 써 놓자.”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때, 그의 기존 의료체계에 대한 분노와 막말공격 속에는 의료인들과 환자들을 향한 진심 어린 걱정과 사랑이 숨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솔로몬이 우여곡절 끝에 이스라엘의 왕좌에 등극한 이후, 즉 주류의 최고 리더가 되었을 때, 그가 하나님께 구했던 능력이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백성을 다스리기 위한 “듣는 마음”(열왕기상 3:9)이었다. 하나님의 그의 소원을 매우 기뻐하셨다. 현재 우리사회 곳곳에서는 주류와 비주류가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충돌의 상당수는 상대방의 진심을 읽기보다 상대방의 말꼬리를 붙들고 늘어지는 유치한 다툼이다. 현재 우리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가 이렇게 시간과 정력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 우리사회의 주류와 비주류가 서로의 ‘진정한 마음’을 들으며 미래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옮길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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