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디에서든 대학의 구성원들이 만나면 구조조정이 화두다. 1990년대부터 마구잡이로 대학 설립을 인가했던 책임자 및 실무자를 처벌하는 것은 나중이라도 현재의 대학 상황은 예고된 재앙이 얼마 남지 않은 고요한 적막 같다고나 할까? 2018년도부터는 대학 진학자보다 대학의 정원이 많아 진다고 한다. 2023년도가 지나면 지금 보다 정원을 15만명 정도 줄여도 모든 지원자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고 하니 어떻게든, 무엇이든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규제를 좋아하는 정부 관료들이 1990년대 당시에는 무슨 귀신이 씌웠었는지 그 규제를 풀고 대학 설립을 편하게 했으니 참 놀랍고 안타까운 일이다.
필자가 경험했던 덴마크의 경우 대입 경쟁률이 1대 1이 채 되지 않는다. 진정 그 분야를 공부하고 싶은 학생이 아니고서는 구지 대학을 진학하지 않는 사회적인 분위기다. 따라서 대학에 진학한 학생의 경우 그 열의가 높다. 물론 대학에서 전공 관련한 공부를 해보니 생각과 다르다면 전공을 바꾸기도 하고 이도 맞지 않는다면 중도에 포기한다. 기초과목은 Pass(통과) 혹은 Fail(실패) 두 종류의 학점 밖에는 없는 대학도 있다. 기말시험은 3차까지도 진행되어 가능한 모든 수강학생이 공부를 해서 통과할 수 있도록 교수는 계속 기회를 준다. 여기에 한 교과목당 수강생의 수는 15명이 채 안 된다고 하니 교수와 학생과의 관계가 돈독해질 수 밖에 없으며, 따라서 알찬 교육의 진행이 가능한 것이다.
한국은 어떤가? 필자가 강의하는 교과목의 경우 40명에서 많을 경우는 60명까지 수업을 진행한다. 대학 3~4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들도 본인의 적성에 맞지 않는 공부에 대한 어려움을 종종 상담하곤 한다. 적성에 맞건 혹은 맞지 않건 간에 어떻게든 졸업을 하려는 학생이 많아짐에 따라 수업의 질, 진행 방식 등이 이러한 학생에 맞추어 떨어지게 된다. 선행학습과 족집게 학원에 길들여진 학생들은 스스로 학습이 중요한 대학 수업에 적응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다른 방법으로 정보를 찾아보거나, 고민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누군가가 답을 알려주기를 원한다. 또한 이미 학생들에게는 전공에 대한 흥미보다는 취업을 대비한 경력, 영어 공부가 중요해진 것이다.
대학 교육이 대중성 교육이 되면서 취업을 위해 상위 대학으로 편입을 준비하는 학생이 생각 외로 많다. 필자가 재직 중인 대학에서도 편입학 전형을 진행한다. 대부분의 지원자가 현재 4년제 대학 학생들로 거의 모든 학생이 학교를 휴학하고 1년 동안 편입준비를 하며, 보통 한 학생 당 6~10군데까지 편입학을 지원한다고 한다. 재학 중인 대학에서 충분히 전과를 통해 본인의 적성을 찾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졸업장에 찍힐 학교명을 바꾸기 위해 1~2년의 허송세월을 보낸다. 창의적인 두뇌 훈련이 가장 좋은 때인 그 젊은이들이 편입을 위해 영어, 수학을 공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대학의 역할 분담과 이에 따른 과감한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 대학에 있는 학과들도 특성화를 통해 구조 조정을 해야 한다. 국제화다 뭐다 해서 채우지 못한 정원을 검증되지 않은 중국 및 외국학생으로 억지로 채우는 대학, 유령학생을 재학생으로 등록시키는 대학, 학생들의 학점 평균이 3.8이상이 되는 대학, 연구 및 교육보다 신입생 유치에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하는 대학, 재단이 교육을 돈벌이 사업으로만 생각하는 대학 등에 대한 정리부터 먼저 시작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교범 아주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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