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108배 수행, 그 무한존중의 철학

효찰대본산 용주사에는 정조대왕의 꿈과 얼이 깃들어 있다. 억울함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린 세자시절부터 밤새워 공부를 했다.

생명의 위협 속에서도 백성을 위하는 뜻을 긴요하게 다짐하고 다짐했다.

‘사중지공(私中之公)이라!’. 처음에는 개인적인 사사로운 인연과 마음에서 비롯됐지만 결국은 모든 백성들의 행복을 위한 공공의 이익과 발전을 이루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공중지사(共中之私)라!’. 말로는 공공의 이익을 말하지만 사실과 내용에 있어서는 사사로운 이익에 치중함을 의미하는 말이다. 정조대왕의 효 실천이 그 ‘사중지공(私中之公)’의 일이라 하겠다. 아버지와 어머님을 위한 아들로서의 효가 모든 백성의 행복을 위한 효와 위민정책으로 발전하고 승화되었음을 의미한다.

겸손함ㆍ단정함의 훌륭한 덕망 갖추며

정조께서 부모은중경 간행을 통한 효행의 보급을 위해 창건한 용주사에서는 매일 새벽 예불과 참선정진 후 법당에 모여 대중스님과 신도들이 함께 108배를 올린다.

절은 불교 종교수행법의 한 부분이면서 우리 생활 문화 속에도 깊이 스며들어 있다. 엎드린 채 머리를 숙여 상대방에게 공경의 마음을 보이는 겸허한 마음의 표현이기도 하다. 108배의 절은 몸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또한 몸과 마음을 조화롭게 한다.

이 108배는 몸을 건강하게 하는 운동요법으로써도 탁월한 운동효과가 분석되고 있다. 그 효과를 몇 가지 들어보면 첫째, 머리와 가슴을 시원하게 하고 손발을 따뜻하게 한다. 둘째, 반복되는 절 운동을 통해 호흡을 순화시켜준다.

셋째, 전신운동으로서 군살을 없애고 몸을 탄탄하게 해준다. 넷째, 오장육부를 자극해 내분비의 균형을 이루게 한다. 다섯째, 온몸의 경락을 자극해 기와 혈의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 여섯째, 굳어 있는 뼈마디를 풀어주고 강화해 준다. 일곱째, 혈액순환을 돕고 전신에 생기를 불어 넣어 준다.

절을 하는 동안에는 경쟁에서 벗어나 자신을 낮춰 몸 속에 깃들어 있는 평온함을 얻게 된다. 또 인체 상부의 화기를 내리고 손발과 하체를 따뜻하게 하는 효과도 입증돼 있다. 몸의 좌우균형을 이루며 성인병의 예방과 치료에도 효과가 있고 학생들의 불안해소와 정신집중에도 아주 좋다. 수승화강을 이루며 복식호흡이 되어 진다.

그리하여 절은 모든 요가를 합쳐 놓은 축소판이라 하는 것이다. 절 수행은 우주생명의 자연 순환 운동인 것이다. 절은 좋은 유산소운동으로 마음이 고요해지고 평화로워지고 경건해 진다. 스스로의 아름다운 마음에 감동이 되고 간절히 기도하는 상태가 된다. 미움과 원망을 넘어서서 이해와 용서, 그리고 사랑과 존중의 마음이 된다.

불자들은 삼보에 귀의와 예경, 업장의 참회와 모든 인연공덕에의 감사 그리고 성불을 향한 발원과 회향의 의미로 108배를 부처님 전에 올린다.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으로 하는 108배를 정성을 다해 올릴 때 엔돌핀보다 4천배나 더 강한 ‘다이돌핀(Dydorphin)’이라는 호르몬을 선물로 받는다.

그리하여 우리 몸의 병이 쾌차되는 가피도 받게 된다. 더욱 진실한 마음으로 절을 올리면 몸의 안팎이 조화를 이루는 것에 더해 겸손함과 단정함의 훌륭한 덕망을 갖추며 많은 이들을 이롭게 하는 부드러운 자애와 무량한 공덕심을 이루게 된다.

부드러운 자애와 공덕심 이루게 돼

개인적으로 매일매일 수행정진의 발원 속에서 한 번의 절을 만 번의 절(1배만배)로 뜻 깊게 여기며 불성찬탄의 절을 올린다. 일체 우주의 모든 생명이 그 근본성품으로는 부처님과 똑같은 진여불성 생명임을 무한히 찬탄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그러니 나에게는 이 새벽의 108배가 무한의 존중의 절이 되는 것이다. 그럴 때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나는 모든 생명들이 무한의 용서와 화해를 이루고 큰 감사와 존중 속에서 다함께 행복하기를 발원하고 또 발원한다.

인해 스님ㆍ용주사 문화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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