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적쟎이 떨렸을 것이다. 지난 18일 경기도문화의전당 행복한대극장에서 열린 ‘경기필하모닉 프리뷰 콘서트’ 무대에 섰던 성시연 지휘자 말이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으로서는 첫 무대여서 중압감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두번째 프로그램이었던 라벨의 ‘어미거위 모음곡’을 마치고 관객의 박수 속에 솔로연주를 맡았던 정하나 악장과 성인선 비올라 수석을 따로 일으켜세워 소개하는 것을 잊었을 정도다.
성 지휘자는 “솔로연주를 맡은 단원은 따로 소개를 하는게 에티켓인데 깜박했다. 그래서 무대 뒤에서 따로 미안하다고 얘기했다”면서 머쓱해했다.
하지만 이같은 중압감이 무색하게도 그녀의 지휘는 당당했다. 무대에 등장할 때의 당찬 걸음걸이에서부터 풍겨오는 카리스마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객석을 향해 질끈 묶은 머리채를 휘날리며 두 팔을 크게 벌렸다가, 손을 낮췄다가, 때로는 허리가 휘청할 정도로 원을 그리며 지휘봉을 휘젓는 그녀의 열정은 수십명의 오케스트라 단원의 연주를 하나의 하모니로 응집했다.
공연의 시작을 알린 것은 폴 뒤카의 교향시 ‘마법사의 제자’였다. 그녀의 지휘봉이 움직이자 플룻과 오보에를 중심으로 연주가 시작됐다. 저음에서 고음으로 물흐르듯 연주가 이어지는 동안 늙은 마녀의 어린 제자가 장난기 어린 마법을 부리는 모습이 뇌리에 그려졌다.
이어진 모리스 라벨의 ‘어미거위 모음곡’에서도 성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빚어내는 섬세한 서술적 묘사는 계속됐다. 세번째 프로그램 모차르트의 교향곡 ‘린츠’부터는 경기필의 음악적 진가를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 눈에 띄었다.
교향곡 ‘린츠’는 모차르트가 오스트리아 린츠 방문하면서 시민의 환대에 부응해 4일만에 작곡한 곡으로, 이번 프리뷰 콘서트와는 경기필이 지휘자 부임 후 17일만에 보여준 곡이란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특히 후반부 현악 합주는 객석의 흥을 북돋우기에 충분했다. 마지막 프로그램인 교향시 ‘돈주앙’은 이 곡을 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는다는 의미에서 경기필이 한해동안 보여줄 주요 레파토리의 시작으로 해석된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객석에서는 ‘브라보’가 연신 터져나왔다. 무대위의 단원들도 만면에 미소를 띤 채 활대를 흔들고 발을 구르며 화답했다. 이번 프리뷰 콘서트는 그렇게 ‘축제’로 마무리됐다. 오는 3월27일 예정된 경기필의 137회 정기연주회에서도 다시한번 축제가 이어질지가 주목된다.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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