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설 이산상봉 실무접촉 거부 조평통, 금강산 관광 재개 연계 기존입장 시사 통지문
북한은 9일 설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를 위한 실무접촉을 하자는 우리 정부의 제안을 거부했다.
이에 정부는 유감을 표하는 한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북한이 행동을 통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은 이날 판문점을 통해 통일부에 통지문을 보내 “남측에서 다른 일이 벌어지는 것이 없고 우리의 제안도 다 같이 협의할 의사가 있다면 좋은 계절에 마주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통지문에서 언급한 ‘우리의 제안’은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연계해 논의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지문은 이어 “남측이 우리의 성의있는 노력과 상반되게 새해 벽두부터 언론들과 전문가들, 당국자들까지 나서서 무엄한 언동을 하였을 뿐 아니라 총포탄을 쏘아대며 전쟁연습을 벌였다”고 비난했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데 대해 우리 측이 진정성에 의구심을 보인 것과 군사훈련을 한 것에 북한이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겨냥한 듯 “남측에서 전쟁연습이 그칠 사이 없이 계속되고 곧 대규모합동군사연습이 벌어지겠는데 총포탄이 오가는 속에서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을 마음 편히 살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가진 신년 기자회견과 관련, 통지문은 “우리를 걸고 들고 우리 내부문제까지 왈가왈부했는가 하면 우리가 제기한 원칙적 문제들에 대해서는 핵문제를 내들며 동문서답했다고 하면서 종래의 대결적 자세에서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는 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다만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은 지난해 우리에 의해 제기돼 실행 단계까지 갔다가 남측 당국의 불손한 태도와 적대 행위로 실현되지 못했다”면서도 “이제 그것을 다시 하자고 하는 데 대해 다행스럽게 여긴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우리 측은 북측이 연례적 군사훈련 등을 인도적 사안과 연계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북측이 제기하는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북측은 말로만 남북관계 개선을 얘기할 게 아니라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야 하며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위한 우리 측의 제의에 성의 있게 나오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강해인기자 hik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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