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증이 널리 알려진 것은 여러 계기가 있지만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을 통해서였다. 주인공 멜빈 우달이 보도블럭의 금을 밟지 않고 다니고, 사람들과 부딪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증상이 소개됐고, 그의 생활상에 나타나는 특징들이 강박증 환자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자신에게 내재된 잘 알 수 없는 불안으로 인해 특정한 행동을 하거나 혹은 피해야만 안심할 수 있는 상태를 잘 표현해주었다.
이렇게 강박증은 비합리적인 것으로 알지만, 불안으로 인해 어떤 행동을 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결벽증으로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강박행동들이 나타날 수 있다. 강박증 환자들은 청결, 순서, 확인, 생각에 대한 강박으로 불안을 떨치기 위한 특별한 행동들을 하면서 지낸다.
청소년기부터 시작해 성인기로 갈수록 더 두드러지는 증상을 보이는 강박증 환자들은 생각보다 많다. 강박증의 유병률은 한국인의 경우 2~3%이다.
정신과 외래에서의 불안장애 중 흔한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강박증은 환자들에 따라 매우 잘 회복되기도 하지만 아주 난치성인 경우도 있다. 약물이나 인지행동치료와 같은 치료로 회복되지 않는 환자들은 최근 수술적 치료도 제시돼있다. 뇌의 특정한 회로가 순환되지 않고 맴도는 현상으로 이해가 되면서 뇌의 회로를 수술적으로 교정하는 방법까지 생각하게 된 것이다.
또한 강박증은 완치되기도 하지만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기도 해서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특히 스트레스와 연동돼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악화되고, 스트레스가 줄어들면 호전되는 상태를 보이기도 해 스트레스 관리가 매우 중요한 증상관리 중 하나이기도 하다. 청소년들에게 일어나는 청결 강박증은 지각의 흔한 원인이 되기도 하고, 직장인들에게 일어나는 정리 강박증은 업무가 지연되는 흔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현재로서는 약물치료가 최선이고, 인지행동치료도 좋은 치료법으로 소개되고 있다. 강박증과 혼동되는 것 중 하나는 강박적 성격장애인데, 이는 완벽성을 추구하고 매사에 꼼꼼한 듯 하지만 늘 실수가 되풀이되는 성격장애 중 하나로, 강박증과는 다른 경과를 겪는다. 강박적 성격장애 환자들이 겪는 가장 큰 댓가는 언제나 일을 시작만하고 끝을 제대로 맺지 못하는데 있다.
특정한 강박증상 때문이 아니라 일이나 관계를 대하는 태도 때문에 어려움을 갖는 것이 강박적 성격장애 환자들의 특징이다. 어떤 일을 훌륭하게 처리해야할 필요성은 있지만 지나친 꼼꼼함과 융통성이 없는 것으로 인해 주변에 피해를 많이 주고 있다면 하지만 일은 열심히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강박적 성격장애 경향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 그루의 나무도 중요하지만 전체 숲을 볼 수 없는 상태에 처한 것이 강박적 성격장애를 특징짓는 단적인 비유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강박증과 강박적 성격장애는 유사성은 있지만 매우 다른 경로를 갖는 다른 질병이라고 할 수도 있다.
강박은 불편함으로 시작해서 그 불편을 어느 정도 감수하면서 지내는 것으로 이어진다. 불편한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인데, 그 밑바탕에는 불안이 있다. 불안을 다룰 줄 아는 힘이 생겨나면 강박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질 수 있다.
세상이 시끄럽다. 불안이 높아지면 강박이 올라올 수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불안에 점령 담하면 강박적 행동을 하게 된다. 불합리하다는 이성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강박적 행동을 하게 되면 그 순간은 안심이 된다. 그래서 강박적인 사람은 일을 그르친다. 그래서 더 시끄럽게 된다. 이것이 강박적인 사람들의 비극이다.
김현수 道 정신건강증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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