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지방체육 발전을 위한 제언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13개로 종합5위를 차지하면서 마치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의 반열에 올라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외화내빈(外華內貧)이라고 했던가? 정작 우리나라 체육의 미래를 두고서는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쉼 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체육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체육이 뿌리 채 흔들리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고 현행 체육정책 및 관련법제가 스포츠 강국의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보다 못한 전국 17개 시도체육회 사무처장들이 속칭 총대를 멨다.

중앙정부와 대한체육회를 상대로 지방체육 발전과 한국스포츠 선진화를 위해 보다 근본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스포츠의 고질적 병폐들인 중앙집권식 체육행정의 개선과 권위주의 청산, 구시대적 체육관련 법제의 과감한 개혁을 주문하는 등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스포츠 선진화와 지방체육 발전을 위한 숙원과제는 무엇일까?

우선 별도로 운영 중인 엘리트, 생활, 장애인체육회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

세계 스포츠 선진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한국스포츠만의 기형적 구조인 3개 단체 별도운영체제는 심각한 예산낭비와 스포츠의 정치화를 초래할 뿐이다(다만, 일본의 경우 장애인체육회만 별도 운영되고 있음).

‘갑을관계’는 올 한해 대한민국 사회를 강타했던 핵심 키워드다. 대한체육회와 시도체육회의 현실관계도 예외 없이 구시대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갑을관계’에 놓여있다. 이는 중앙과 지방체육사이의 조화와 균형 있는 발전에 결코 도움이 안 된다.

우리나라 체육의 진정한 발전을 원한다면 중앙과 지방체육이 일방적인 종속관계가 아니라 상생과 협력의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한체육회는 이사회 및 총회 등 의사결정기구에 시도체육회 사무처장들을 참여시키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란다. 시도체육회의 애매모호한 법적 근거도 문제다.

현재 17개 시도체육회는 법인격이 없는 임의단체로 존재하고 있다. 자주성을 담보하는 정관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정관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 보니 시도체육회는 독립적인 예산확보와 재산권 행사에 큰 애로를 겪고 있다.

진정으로 지방체육의 발전을 원한다면 중앙정부와 국회는 국민체육진흥법을 조속히 개정해서 시도체육회에 특별법인의 법적지위를 부여해줘야 한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지방정부가 매년 2천여억 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을 부담해가며 국가대표선수 대부분을 육성하고 있는데 반해 중앙정부는 예산 한 푼 지원 없이 성과만 독차지 하고 있는 상황에 꼭 들어맞는다.

주지하다시피 지금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사상 유례가 없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 지역기업들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경기침체에 발목이 잡혀 체육 분야에 대한 지원을 갈수록 줄이고 있다. 지방엘리트체육이 설 자리를 잃게 된 셈이다. 이제라도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 지방엘리트체육을 국가사업으로 지정하고 재정지원을 서둘러야 한다. 더 이상 정부가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올려놓는 얌체 행동을 지속해선 안 된다.

마지막으로 지방체육인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정부와 대한체육회가 진지하게 귀 기울여 주길 바란다. 이를 위해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산하에 17개 시도체육회 사무처장들이 참여하는 ‘한국스포츠 선진화 기획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은 아주 훌륭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지방체육이 살아야 대한민국 체육이 산다는 점을 명심 또 명심할 때다.

이규생 인천시체육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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