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통신수단의 발전으로 SNS, 이메일 등이 활발하게 이용되는 요즈음에는 사회적 이슈가 되는 글에 대한 항의 정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이야기를 한 사람들은 격한 항의를 받고,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했었던 의도는 그게 아닌데라며 의기소침해 한다.
그리고 논란이 있는 사회적 이슈에 대하여 반대되는 의견을 개진했다가 호된 경험을 당했던 다른 사람들의 예를 상기하며 앞으로는 이야기하지 말아야지 하며 입을 닫는다. 이렇듯 우리나라에서는 한 줄의 글을 쓰거나, 한마디 말을 하기가 매우 조심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이야기하는 개인들은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조심스레 글을 쓰거나 의견을 말한 것인데, 예상치 못한 문장의 여기저기에 대하여 항의가 튀어나온다.
많은 경우 이야기 전체 내용은 물론 글을 전개하기 위해 도입하는 일부 문장에 대하여도 강력한 문제를 제기한다. 기고문 문장 한줄, 한 줄에 대하여 밑줄까지 치며 조목조목 이의를 제기한다. 항의성 반론들은 많은 경우 항의내용뿐만 아니라 문장조차도 같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집중적인 항의에 대하여 개개인이 대응하기는 쉽지 않아, 많은 경우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하여 입을 닫게 되는 것이다.
몇 몇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과격한 소수의 여론이 개개인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통제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가 없는 사회라고 말한다. 이로 인해 우리사회는 상식을 바탕으로 한 개개인의 의견 표출과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려는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과격한 소수가 활개 치는 무질서한 사회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저런 말과 행동을 할 수 있는가, 왜 사회지도자들이 합의하지 못하고 투쟁만 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드는 현재의 우리사회가 그러한 모습일 것 같다. 투쟁만 남아 있는 사회에서는 학교에서의 공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공청회, 각종 선거 등 모든 사회적 활동이 투쟁일 수밖에 없고, 여기서 조금이라도 밀리면 죽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서로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용인할 수가 없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우리사회에 합의문화가 형성되지 못한 이유를 교육의 문제라고 질타한다. 학교에서 주관식교육이 아닌 객관식교육을 하였기에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듣지 못한다고 한다.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고,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여 양보하고 타협하는 능력이 없으니 복잡한 사회문제에 대하여 합의할 수 있는 능력이 배양될 수 없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주위의 좋은 교육을 받아온 엘리트라는 사람들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지 못하고 자기주장만 되풀이하는 것을 보면 이 문제는 교육만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급변하는 현대사회, 점점 각박해지는 경쟁적 사회분위기, 타인과 소원해지는 개인위주 사회에서 밀리지 않고, 인정받으며 살아남으려 하는 개개인의 절박한 몸부림으로 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치에서도, 산업 및 노동 현장에서도, 각종 선거에서도 모든 제도가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도록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무조건 이기기 위해 노력할 뿐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합의가 없는 사회적 갈등은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혼란을 줄이고 모든 사람이 같이, 현재보다 더 대접받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승자독식이 가능한 각종 제도를 개선해야할 것이다.
그로인해 사람들이 꼭 이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지니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져도 크게 망하지 않는다는 여유가 사람들에게 다양한 의견을 경청할 수 있게 하며, 사회적 이슈에 대한 합의를 효율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게 할 것이다.
권명회 인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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