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양도세 중과 ‘연장’ 아닌 ‘폐지’가 맞다

박정임 경제부장 bakha@kyeonggi.com
기자페이지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밤잠을 설치는 이들이 있다. 은행에 퇴직금을 맡기고 이자로 생활하는 노인들이다.

10년 전만 해도 1년짜리 정기예금의 금리는 6~7% 선으로 3억 원을 은행에 맡기면 이자(약 180만 원) 만으로도 살 만했다. 하지만, 현재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2%대에 불과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ㆍ4분기 저축성 수신금리는 연 2.88%(6개월 만기)였다. 시중은행보다 비교적 고금리를 적용해주는 보험이나 저축은행 수신금리도 2~3%로 주저앉았다.

월평균 이자수익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전기요금 같은 공공요금을 중심으로 생활물가도 크게 올랐다. 이자수익만으로 생활이 어려우니 원금을 깎아 먹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마땅히 투자할 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계속된 경기침체에 잘못했다가는 투자금마저 날릴 우려가 있으니 이래저래 불안한 마음에 밤잠만 설칠 뿐이다.

전셋집이 부족하다는데 차라리 지금 사는 집을 팔아 소형아파트 두 세 채를 사들여 월세를 줄까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거래절벽’ 상황에서 집이 팔릴 리 만무하다. 혹 거래가 성사된다 해도 우리나라에서 2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받는 불이익을 알게 되면 생각이 달라진다.

다주택자는 취득세율이 차등 부과되고 양도소득세도 중과(현재 한시 배제) 된다. 또한, 주택 장기 보유에 따른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고, 종합부동산세 공제에서도 배제된다. 이러니 집을 사는 사람이 없는 건 당연하다. 전국에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나는 이유다.

문제는 이런 부동산 위기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기도 중장기 계획에 따르면 2020년까지 도내에서만 250만 호의 아파트가 새로 건설된다. 하지만, 팔릴 것으로 예측되는 것은 84만 호에 불과하다. 3분의 2가 미분양으로 남는다는 얘기다. 이는 경기도에만 국한된 사항이 아니다.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몰아 세금폭탄을 가할 수밖에 없었던 건 주택이 모자라던 시절 얘기다. 지금은 주택 보급률이 100%를 초과하고 1~2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정부와 새누리당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을 1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004년 도입된 양도세 중과 조치는 집 부자들이 투기를 통해 벌어들이는 불로소득을 환수하고자 만들어진 제도다. 국제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 침체가 깊어지자 2009년부터 양도세 중과를 1년씩 미루고 있지만, 업계에선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유예기간 1년 연장이 전세계약기간 2년과 맞지 않아 자칫 전세물량이 감소해 전세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유예기간이 2년보다 짧은 1년 연장시기에 전세금이 더 치솟았다. 유예기간을 1년 연장한 2010년과 2013년(9월 말 기준)에 전국 아파트 전세금은 각각 10.2%, 8.6% 급등했다. 2년 연장한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연간 평균 8.1%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최근 부동산써브가 전국 공인중개사들을 대상으로 국회 통과 시 주택시장 활성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법안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결과를 보면 설문대상 중개업소 896곳 중 85.7%인 768명이 양도세 중과 폐지를 꼽았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주택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다.

지금 부동산의 위기는 단순히 부동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이 건설경기 침체 때문인 내수경기침체를 체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을 살 만한 능력을 갖춘 사람은 집을 사들이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다주택자들이 1년 후를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한 상황이 계속해서 반복되면 전세공급의 순기능은 퇴색하고, 월세전환이 가속화 될 수 있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집을 살 수 없는 서민에게 돌아간다.

박정임 경제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