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비양심적 어린이집,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1991년 영유아보육법이 제정되면서 종래 보건사회부, 내무부, 노동부 등 여러 부처 주관으로 되어오던 탁아사업이 보건복지부로 일원화 되었고 과거처럼 단순 탁아가 아닌 보호와 교육을 통합한 멋진 정책으로 발전하였다.

올 3월 만5세 이하 영유아에 대한 무상보육이 전면 시행되면서 이제 어린이집은 모두 국민세금으로 지원되고 있다. 즉, 만0세는 39만4천원, 만1세는 34만7천원, 만2세는 28만6천원, 만3~5세는 22만원씩 지원된다.

한정된 국가예산 가운데 무상보육을 중심으로 국민의 복지를 챙기고자 하는 국가정책의 진심에 감동을 받을 겨를도 없이 우리는 너무나 많은 비양심 어린이집 원장들의 비리 백태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사전 모니터링을 통하여 부정수급 등이 의심되는 600곳을 선정하여 지자체와 합동으로 점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 216곳 어린이집의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주된 비리 내용은 보육교사 및 아동의 허위등록으로 보조금 부풀리기, 원장이 보육교사를 겸직하여 수당받기 등 부정수급, 교재비의 사적 사용 및 회계 부적정이 가장 많고, 유통기한이 경과되거나 버려진 불량 식자재의 사용, 특별활동 외부강사와 보육교사 채용시 건강검진과 성범죄 조회 미실시, 거래업체로부터 간식이나 교재 납품시 물품대금을 부풀려 계산하고 이를 되돌려 받기 등, 생애 최초의 기초교육이 일어나는 장소에 걸맞지 않은 저급한 비리가 일어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범죄가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동안 계속되는 지속성 범죄라는 점과, 이러한 비리가 일부의 얘기가 아닌 전체 어린이집의 삼분에 일에 해당하는 광범성 범죄라는 점이다. 한 어린이집 당 작게는 수백만원에서 크게는 수억원에 이르는 이 비리의 피해는 모두 국민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정부는 예산이 부족해 1천조원(공공기관 부채 포함)이 넘는 빚을 내면서까지 정책실현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관리의 부재로 국가의 진정성이 전달되지 못하고 국가보조금이 줄줄 새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어린이집 4만 2천527곳 가운데 13.4%가 1년 동안 단 한 번의 점검도 받지 않았다. 또한 어린이집 인증평가를 실시하고는 있지만 그 방식 또한 문제가 많다.

사전에 현장방문 일정을 조율해주기 때문에 사전에 유리한 것은 만들고 불리한 것을 없앨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고 있으며, 현장점검 보다 서류중심의 평가를 하기 때문에 인증을 통과한 기관의 서류를 가져다 똑같이 만들어 비치하여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나마 받는 인증평가도 의무가 아니라 권고 수준이다.

4만개가 넘는 많은 어린이집을 관리하는 공무원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현장의 비리를 누구보다 먼저 알 수 있는 보육교사와 학부모 등의 협조와 신고가 절실한데, 정작 신고를 한 당사자는 블랙리스트에 올라 부당해고는 물론 다른 어린이집 재취업이 막히고 제보한 보호자가 다른 원에 아동을 맡기려 해도 거부되는 등 원장들의 조직적인 대응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어린이집 비리를 세상에 폭로한 양천구의 한 구의원은 비리적발 어린이집 원장들이 낸 명예훼손 고소로 요즘 검찰 조사를 받으며 어이없는 시간을 소모하고 있다. 정의를 바로잡고자 용기를 낸 자들의 개인신상정보 및 신분보장이 되지 않는다면 이를 어찌 법치국가라고 할 수 있겠는가.

잘못을 저지르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불량 어린이집, 이제는 국민들이 나서서 감시하고 이용을 자제하여 스스로 문을 닫을 수 있도록 단합된 힘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리고 비리 어린이집 경력이력제를 도입하여 사회적ㆍ국가적인 관리감독 강화로 어린이집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전선영 용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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