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을 날던 헬기의 고층아파트 충돌사고를 계기로 고층건물 항공 안전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초고층건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항공 안전이 불안하다. 현재 송도국제도시엔 68층의 동북아트레이드타워를 비롯해 64층의 포스코 더샾퍼스트 월드 4개동 등 60층 이상 초고층건물 5개동과 30층 이상 주상복합 아파트 등 초고층건물도 40여동에 달한다. 또 앞으로 건설될 30층 이상 건물도 100여개나 된다.
우선 개발이 한창인 국제도시에 고층건물이 수시로 늘어나 지형지물이 바뀌면 운항 중 조종사가 순간적으로 착각을 일으킬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매일 수십 차례 운항하고 있는 헬기는 정해진 항로는 물론 특별한 운항규제도 없다. 다만 인구 밀집지역이나 고층건물이 많은 곳은 운항을 자제하라는 사항만 있을 뿐이다. 고층건물이 때 없이 들어서는데다 고층빌딩이 표시된 항공지도가 없는 상황에선 항상 건물과 충돌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다.
짙은 안개도 문제다. 지난 16일의 서울 사고 원인은 블랙박스 분석결과가 나오면 밝혀지겠지만 전문가들은 사고지역의 짙은 안개를 원인 중의 하나로 보고 있다. 짙은 안개로 인해 시야를 확보하지 못한 조종사가 시야 확보를 위해 경로를 이탈하면서 사고가 났을 개연성을 지적하고 있다.
인천지역의 안개일수는 평균 49.4일로 타 지역에 비해 발생 빈도가 높다. 해안을 끼고 있는 지역특성 때문이다. 특히 바닷가와 접한 송도국제도시는 지상 온도와 해수면 공기 온도차가 커지면 바로 앞 건물도 분간 못할 정도의 짙은 해무가 끼기 일쑤다. 오전 중엔 초고층건물 상단부에 상습적으로 스모그성 안개가 껴 건물 상단부가 안 보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초고층건물엔 항공기에 건물 위치를 알리는 항공장애등(점멸등)이 있지만 안개가 짙게 끼면 잘 보이지 않는 때가 많다. 따라서 고층 빌딩의 위치가 표시된 항공지도와 시계(視界)비행으로 빌딩숲을 나는 헬기에 대한 안전대책이 필요하다. 또 같은 송도국제도시일지라도 고층 건물이 임립(林立)한 곳은 지역에 따라 안개로 시정(視程)이 나쁜 곳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주요 헬기장에 기상 상황을 실시간 측정, 운항 헬기에 통보할 수 있는 장치도 설치해야 한다.
아울러 이참에 항공 안전을 담당할 기관도 명확히 정해야 한다. 항공사고 피해 주민에 대한 구호와 충돌 건축물에 대한 안전진단 등 항공재난 관리수습 매뉴얼이 필요하다. 당국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도심 항공 운항의 종합적인 안전대책을 세워야할 것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