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입동의 절기로 접어들면서 쪽빛 하늘과 어울려 곱게 물들었던 가을의 정취도 서서히 차가운 여행길을 재촉하고 있다. 이러한 세월의 흐름속에 역사의 아픔이 오롯이 새겨져 있는 날이 있다.
11월 17일은 ‘순국선열의 날’ 이다. 바로 ‘을사늑약’이 체결된 날인 것이다. ‘을사늑약’의 체결 내용을 아는 사람은 많아도 ‘순국선열의 날’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듯 하다.
을사늑약은 명성황후 시해사건이 일어난 지 10년 만에 조선의 자주적 외교권이 일제에 의하여 강제로 수탈당한 날이다. 일제의 조선왕조에 대한 해체작업의 시작 이었던 것이다. 당시 시종무관장(현재의 청와대 경호실장) 민영환은 대궐 앞에 소청을 차려놓고 상소를 올렸으나 그 뜻이 이루어지지 않자 이천만 동포에게 고하는 글을 남기고 자결하였다. 그 뒤를 이어 수많은 신료들의 상소와 죽음이 이어졌다.
또한 황성신문은 ‘시일야 방성대곡 是日也 放聲大哭’이란 제하의 사설에서 ‘ 아, 저 개 돼지만도 못한 정부대신이란 자들은 자신의 영달과 이득을 위해 일제의 위협에 겁에 질려 머뭇거리고 벌벌 떨면서 나라를 팔아먹은 도적이 되어 사천년 이어온 강토와 오백년 사직을 남에게 바치고 이천만 백성을 노예로 만들었다(이하 생략)’는 글이 실려 나가자 전국 각지에서는 일제를 규탄하는 의병운동이 폭발하게 됐다.
따라서 수많은 애국선열들이 일제의 총검에 의하여 무참히 희생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되었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항일독립운동 과정에서 희생되신 순국선열들의 뜨거운 애국정신과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1997년부터 11월 17일을 ‘순국선열의 날’로 지정하여 매년 추모행사를 거행하여 오고 있다.
‘을사늑약’은 그저 먼 옛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부터 100년 남짓한 지난날의 아픔이 그대로 서려있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하여 국내에서는 물론 사랑하는 가족과 고국산천을 등지고 낯설고 물설은 북간도, 만주, 중국, 노령 등 해외로 건너가 항일독립군기지를 건설하고 갖은 고초를 겪으며 투쟁하신 선열들의 위대한 민족정신이 있었기에 잃어버린 조국을 다시 찾을 수 있었으며 오늘의 번영된 조국을 건설한 동력이 되었음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제 며칠 있으면 ‘순국선열의 날’을 맞이하게 된다. 지난날 선열들이 흘리신 값진 피와 땀이 헛되지 않도록 그 분들의 뜨거운 애국정신과 숭고한 희생정신을 받들어서 참으로 뜻깊은 ‘순국선열의 날’이 되도록 마음을 모아야겠다.
송현숙 수원보훈지청 보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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