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지역 분만 인프라 확충 시급하다

정책과 현실의 엇박자다. 정부의 출산장려책과는 달리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산부인과 병원이 크게 부족하다. 일반 서민들이 갈망하는 살기 좋은 사회란 건강한 생명 유지와 일상적인 삶의 영위에 필요한 최소한의 여건이 마련된 사회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정작 아이를 낳으려 해도 분만실을 갖춘 산부인과 병원이 부족해 임신부들이 할 수 없이 큰 병원을 찾아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인천지역에 산부인과를 진료과목으로 둔 의료기관은 96곳(7월 기준)으로 이 중 분만실을 갖춘 곳은 50%인 48곳에 불과하다. 산부인과 병원이 절대 부족한 실정에 그나마 상당수가 분만실을 미비한 것이다. 분만실을 갖춘 병원이 지난 2007년 55곳이었으나 6년 새 7곳이나 줄었다. 그동안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산부인과 병원들이 아예 분만실을 없애고 단순한 산부인과 및 부인과 진료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숙아·저체중아 등 중환아를 치료할 수 있는 신생아 집중치료실을 갖춘 의료기관은 단 4곳뿐이다. 작은 병원에서 아이를 낳다 위급상황이 벌어지면 1시간 정도 걸려 큰 병원을 찾아 이송해야 한다. 이 같은 취약성 때문에 산모와 신생아들이 생사기로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임신·출산 등의 원인으로 숨지는 모성 사망자가 2005년 1명, 2006년 3명, 2007년 2명에 불과했지만 2010년 7명, 2011년 6명, 지난해엔 7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출생아 10만명당 산모 사망자는 25.1명으로 전국 자치단체 중 강원(32.1명) 다음으로 많았다.

이 같은 열악한 의료 환경의 근본 원인은 산부인과 전문의가 부족한 데 있다. 인천지역 가임여성(15~49세) 1만명 대비 산부인과 전문의는 3.7명이다. 전국 평균(5명)에도 미치지 못함은 물론 지역별 분포율도 전국 16개 시·도 중 가장 낮다. 가임여성이나 임신부가 동네 가까이서 마음 놓고 건강 문제를 상담하고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의료 취약지역이다.

물론 산부인과 전문의 부족 현상은 인천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과는 달리 산부인과가 비인기과로 전락하면서 전공의(레지던트)들의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을 따기 위한 수련과정 자체를 기피하는 것이다. 저출산 경향으로 미래가 불확실한데다 대형 병원에서 주 100시간 이상 근무시켜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전문의의 수급조절 등 분만 인프라 확충을 위한 정부 차원의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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