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5도’의 통신망이 연 100일 이상 먹통이라니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실로 불안하다. 백령도ㆍ연평도ㆍ대청도ㆍ소청도ㆍ우도를 묶어 일컫는 ‘서해5도(西海五島)’는 접경지역이다. 제1,2연평해전ㆍ 대청해전ㆍ천안함 침몰사건ㆍ연평도 포격사건 등이 서해 5도에서 발생했다.
서해 5도는 북한군이 경기만을 통해 우리나라를 침공하는 것을 막는 1차 방어선이다. 북한군의 해군, 공군의 활동범위를 좁혀 인천항과 인천공항이 안정적 기능을 유지하고 경기만 일대에서 조업하는 어민들이 평화롭게 생업을 도모할 수 있게 해주는 대한민국의 군사적ㆍ안보적 요충지다.
서해5도엔 주민들과 함께 해병대 등 군부대가 주둔한다. 이런 서해5도에 통신망이 형편없다니 어불성설이다. 본보 보도에 따르면 서해5도 지역은 KT의 마이크로 웨이브통신망(극초단파 무선통신망)을 사용하고 있다. 무선통신망이기 때문에 안개 등 기상이 좋지 않으면 수시로 통신장애가 일어난다. 특히 백령도, 연평도, 소연평도, 대청도, 소청도 등 서북도서 지역에서는 휴대전화, 일반전화, 인터넷, 금융망 등 통신장애가 심각하다.
최근 4년간 통신장애 발생시간은 467시간에 달하며, 주로 안개가 많이 발생하는 7~8월에 몰려 있다. KT 무선통신망이 끊어지면 위성통신망으로 자동전환되지만, 위성마저 끊어지는 일이 연간 평균 20회가량 된다. 위성통신이 끊기면 유일한 금융전산망인 농협이나 해병대 통신망까지 끊긴다. 해병대 통신망은 최근 10년 동안 해무ㆍ낙뢰 등으로 모두 708회나 끊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상황에 북한군의 공격을 받으면 어떻게 될 것인가.
위성통신망이 살아있다고 해도 위성 1개가 서해 5도 지역을 담당하고 있어 용량 초과로 주민들은 일상적으로 통신장애를 겪어야 한다, 서북도서에 사는 주민은 물론 7~8월에 서해5도를 찾는 관광객까지 감안하면 수만 명이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옹진군이 2010년부터 중앙정부에 통신망 장애를 해결할 수 있도록 서해 5도 지역에 해저케이불 설치를 요구한 배경이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도 예산을 이유로 수년째 미적미적거리고 있는 중이다. 더구나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기술적ㆍ경제적으로 해저케이블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부적합 통보를 해왔다. 하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장애가 심각한 접경지역 통신망을 방치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KT가 무선망 장비를 교체하거나 회선을 보완하고 있는 것은 땜질 방식에 불과하다. 서해 5도 통신망 장애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해저케이블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을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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