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가정이 건강해야 국가가 건강

술에 취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습관적으로 가재도구를 파손하며 의견 차이가 있다고 하여 아내와 자녀들을 향해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등 그 종류는 참으로 다양하다.

폭력에 상처를 입은 자식들은 평생 지우지 못할 상처를 갖게 되고 탈선행위 등 아버지와 똑같은 과정을 반복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되풀이된다. 가해자 남편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향하여 “왜 남의 가정사에 참견을 하느냐?”며 항의를 하는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더 이상 가정폭력은 용인돼서는 안된다. 우리들 주변에서 발생하는 가정폭력을 보고도 못 본 척 방관하는 자세 또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 7월 발표된 세계보건기구(WHO)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여성 중 약 30%가 남편이나 남자친구에게 폭력을 당하며, 한국을 포함,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비율이 평균 23.2%에 달한다는 것이다.

2012년 가정폭력 가해자 검거 인원은 8천762명으로 오히려 전년 대비 27.9%로 증가했고, 특히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는 재범률도 2008년 7.9%에서 2012년 32.2%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정폭력 예방을 위한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영국도 가해자 접근금지 등 신속한 대응이 어려웠던 점을 개선, 임시조치를 할 수 있도록 ‘가정폭력 보호통지명령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정폭력범에 GPS 내장 전자팔찌를 부착하여 중앙감시센터에서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버지의 어머니에 대한 폭력, 부모의 자녀 폭력에 대해 가족이라는 정서로 인해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의 특수성으로 인해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하기에 ‘남의 가정사’가 아닌 심각한 ‘폭력행위’로 여기는 사회문화적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이종찬 파주경찰서 경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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