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美 셧다운 암운과 또다른 암운 보호무역

지난 주 미국에서 새로운 먹구름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 먹구름은 한참 전부터 예견돼왔던 일이다. 미국 의회가 2014년 예산안을 확정하지 못해 연방정부가 셧다운(shut-down폐쇄)에 직면한 이야기다.

벌써 9일째로 치닫고 있는 연방정부의 폐쇄는 클린턴 정부 이후 17년만이지만, 의회와 행정부간의 권력분립이 엄격한 미국에서는 그 전후에도 연방정부 폐쇄는 종종 발생했다.

하지만 이번 폐쇄는 경제위기로부터 채 회복되지 못한 상황에서 발생한 점에서 위험도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필수적인 일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근무하고 있기에 아주 큰 영향은 아직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사태가 장기화되면 결국 누수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일을 하는 이들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일을 하지 못하는 이들의 불만은 누적될 것이다. 무역업계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문제는 작게는 통관 지연과 같은 현실적 문제에서부터, 크게는 셧다운이 장기화되면서 수십만에서 백만에 이르는 공무원들이 소비를 줄임에 따라 미국 경기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정작 더 큰 문제는 17일로 예정돼 있는 국가부채 한도 상향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공화당은 여전히 예산안과 부채한도 문제를 같이 협상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마치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던 치킨 게임이 2013년 워싱턴 DC에서 벌어지고 있는 듯하다. 양보하지 않고 서로를 향해 고속으로 달려가다가 마지막 순간에 양보하며 사고를 피할 수 있을지 아니면 파국으로 끝날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파국의 엔딩은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 폭풍우를 의미한다.

한편 연방정부 폐쇄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도 가져왔다. 최근 들어 보호무역 움직임이 커지고 있었는데, 셧다운의 영향으로 모든 절차가 중단된 것이다. 덤핑과 보조금 마진을 상정하는 상무부도, 산업피해를 조사하는 국제무역위원회(ITC)도 업무를 중단해버렸다.

보호무역의 그림자 역시 어느새 우리 옆에 다가와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치솟았던 반덤핑,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건수가 2010년 즈음에는 잠시 잦아들었으나, 이후 다시 증가세로 반전됐다. 이는 무역구제제도의 특성에 기인한다. 업계가 제소(조사개시 신청)를 해도 수개월에서 1년은 기다려야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즉 급박한 위기 상황보다는 불황이 장기화될수록 무역구제조치가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미국 경기의 회복세를 얘기하지만 일부 경제지표만 회복의 기미를 알리고 있을 뿐, 완연한 회복세는 좀처럼 나타나고 있지 않다.

올해 들어서 우리 수출상품을 대상으로 한 무역구제조치 조사는 최소 25건에 달하고 있는데, 이는 작년 21건을 이미 넘어선 상황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철강 제품에 대해 연달아 3건의 반덤핑 제소가 있었다. 철강의 경우 미국 업계가 경쟁력을 잃어버린데다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보호무역조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 역시 1~2년만에 발생했다기 보다는 상당한 기간 동안 잠재해온 것이다.

거대한 먹구름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는 세계 경제, 그리고 보호무역이라는 또다른 먹구름 밑에 놓은 한국의 수출, 오랜 기간 잠재해온 문제들이다. 어려운 건 문제가 무엇인지 알지만 좀처럼 그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우리 기업, 우리 경제가 또다시 찾아올지 모를 어려운 시기를 견뎌낼 수 있는 힘과 암운이 지나간 후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는 혜안을 갖췄으리라 기대해본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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