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의 국가에서 ‘기초질서’를 다시 논하고자 하니 이제 진부(陳腐)하기조차하다.
필자가 기초질서를 다시 끄집어낸 이유는 지금이대로라면 인천항 개항이래 최대의 행사가 될 ‘제94회전국체전’과‘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이 불안하고 불편하고 불만인 대회로 전락할것이 불보듯뻔하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을 비롯 각종 경기장 시설은 공정에 따라 완성돼 가고있지만 우리의 낙후된 기초질서는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기초(基礎)는 1)건축물의 무게를 떠받치고 안정시키기 위하여 설치하는 밑받침. 토대 2)사물이 이루어지는 바탕·근본이라고 하고, 질서(秩序)는 사물 또는 사회가 올바른 생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지켜야 할 일정한 차례나 규칙이라고 정의해 놓고 있다.
당장 시내로 나가면 이를 무시하는 교차로에서 꼬리 물고 진입하기, 다른 차로에 불쑥 끼어들기, 횡단보도의 정지선 넘기 등 교통기초질서위반사례가 도를 넘고있다. 축구나 야구 경기가 끝나면 쓰레기장으로 변하는 한심한 경기 관람수준, 낯선 외국인을 봉으로 생각하는 바가지 상혼, 거리에 휴지와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는 습관등도 예외는 아니다.
이같은 여러가지 문제들 가운데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과 재산손실등 사회적 손실비용은 심각한 수준으로 교통문화 정착을 위한 노력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와 있다. 인천경찰청의 통계를 보면 지난해 1년동안 발생한 교통사고는 47만여건이며 이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1만여명, 부상자만도 65만여명에 이른다.
사고 유형은 다양하지만 하나같이 안전운전과 준법운전등 기초질서를 지키지 않은 결과이다.
전국체전과 아시안 게임은 단순히 경기장에서만 열리는 스포츠 행사가 아니다. 인천의 문화·관광, 시민의식 등 우리의 구석구석이 한국가정의 안방은 물론 40억 아시아인들에게 노출돼 냉정하게 평가받는 대회이기도 하다.
성공열쇠는 기초질서를 잘지키는 성숙된 시민의식에 달려있다는 것이 역대 대회의 성공과 실패를 지켜본 전문가들의 일관된 분석이다. 최소한 교통문화만이라도 금메달을 따기위해서는 가벼운교통위반을 범죄로 여기지 않는 의식과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제·대중교통 이용 등 시민이 참여하는 교통문화 정착, 과속·음주 운전 안하기(교통법규 준수), 불법 주정차 추방운동이 시민들 마음으로부터 우러나 확산돼야 한다.
우리는 흔히 ‘질서를 지키면 손해본다’는 막연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질서를 지키는 것이 손해보는 것이 아니라 아름답고 편리하다는 것을 하루빨리 깨우쳐야 한다. 작고 쉬운 것을 실천하는 데서부터,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질서의 싹은 틔워질 것이다.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천시민이 질서를 잘 지키고 친절한, 시민정신이 살아 있다고 평가받는 것이 국가적 차원에서 더 큰 효과를 거둔다는 것을 깊이 새겨야 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하면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생길 것이고 ‘나 부터’가 아닌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 함양을 통해 이번 스포츠축제를 성공적으로 치름으로써 글로벌 시대의 중심에 위치한 인천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축구 야구 등 운동장에서 열리는 게임 뿐만 아니라 기초질서에서 금메달을 따기 위한 대장정을 지금 시작해야 할 때이다.
손일광 인천본사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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