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결코 유익하지 않은 대상이나 행동에 중독되는가?” 물론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들은 많다. 그런데, 그 중에서 눈 여겨볼 만한 견해는 ‘자기파괴적 행동’이 당사자에게는 나름대로 매력적이라는 심리학자들의 주장이다.
미국의 저명한 방송인 데니스 홀리(Dennis Wholey)는 ‘반복의 심리학(Psychology of Repetition Compulsion)’에서 자기파괴적 행동에 대하여 이렇게 주장한다. “대개 이것은 ‘친밀함’과 관계가 있습니다 … 자신의 운명을 조정한다는 느낌과 함께 자신이 아주 강하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그래서 자기파괴적 행동에는 약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이 견해는 미국 예일대학교의 심리학자 폴 블룸(Paul Bloom)이 ‘우리는 왜 빠져드는가(How Pleasure Works)?’에서 주장하는 쾌락의 심리학과도 연결시킬 수 있다. 그는 “쾌락은 인간 행동의 강력한 동기다”라고 주장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쾌락은 사물의 본질(essence)을 장악했다고 생각할 때 느끼는 희열이다.
이 두 가지 견해를 종합하면, ‘자기파괴적 행동을 하는 사람은 자신을 파괴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삶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는 길이라고 생각하며 쾌감을 느낀다’라고 정리할 수 있다. 즉, 각종 중독이나 자기학대(자살 포함) 같은 자기파괴적 행동을 일삼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삶의 주도권을 다른 사람(들)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즉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 다닌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첫걸음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다. 이것은 배타적 이기주의와는 다른 개념이다. 자신의 삶을 정말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131kg의 초고도 비만상태에서 1년 만에 무려 76kg을 감량하는 과정이 케이블 TV로 공개되며 유명해진 한 20대 여성이 지난 9월 22일에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직접적인 사인(死因)은 영양실조인데, 사망 당시 이 여성은 위의 크기를 강제로 줄이는 ‘위 밴드 수술’까지 한 상태였다.
그 결과 사망하기 얼마 전부터, 그녀에게는 구토와 실신이 부쩍 잦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그녀는 무엇을 위하여 그토록 무리한 다이어트를 했을까? 아마도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했기 때문이 아니라, 어느덧 ‘다른 사람들의 시선’의 노예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기독교적 용서의 가치는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 우리가 특정대상에 대하여 증오와 분노를 품고 있으면, 우리는 사실상 그 대상의 노예가 되어 버린다. 즉, 상대방 때문에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통제할 수가 없게 된다.
내 삶의 주도권 되찾는 ‘첫걸음’
그래서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러스킨 박사는 ‘용서(Forgive for Good)’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의 영향을 받고 있는 동안 … 우리는 그 사람에게 우리의 감정을 지배할 권한을 주어버리는 셈”이라고 설명하면서, 용서는 바로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용서는 단순히 기독교의 추상적 가치가 아니라, 우리에게 참 자유와 성장을 가져다 주는 매우 실제적이고 효과적인 선택이며,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이다.
이제 우리의 삶에서 미움을 털어내고, 대신 그 자리에 푸른 가을하늘을 채워보자.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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