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건강한 마을 공동체 만들기

우리는 매일 아침 이러저러한 사람들의 살아가는 가슴 아픈 이야기를 접하곤 한다.

희귀 난치병에 걸린 딸 아이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폐지를 줍기 시작했던 아저씨가 인터넷 사용이 늘어나면서 버리는 신문지마저 줄어들어 가판대에 놓인 신문을 훔치고 교도소까지 가게 된 절절한 사연.

밤일을 나간 엄마를 대신해 어린 남매 둘이서 주린 배를 채우려고 라면을 끓이던 중 불이 나 엄마와 아이들이 생이별 하게 됐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 치매 걸린 아내를 돌보며 외롭게 지내다 죽음을 선택한 어느 노부부의 외로운 세상이별 사연.

올해 인천에서도 가슴 한편이 뭉클해지는 이야기가 있었다. 지난 1월 30일 인천 남동구 논현동의 한 대형마트에서 자식들에게 줄 빵 2개와 과자 2개, 샤프심 1통과 30㎝ 자 1개 등을 훔친 30대 아버지의 이야기다. 5개월 넘도록 매일 새벽마다 직업소개소를 전전하며 일자리를 찾았을 아버지의 안타까운 마음. 가난이 싫어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을 남겨두고 집을 떠나 버린 아내 때문에 친구 집에 얹혀 살게 된 아버지의 슬픔.

 샤프심과 30㎝ 자가 필요하다며 2천원만 달라는 아들에게 아무 것도 줄 수 없었던 아버지의 쓰린 가슴. 결국 굶주린 아이들을 위해 마트에서 물건들을 훔치기까지 그 누구도 이 아버지의 마음을 알지 못했다. 결국 30대 가장은 생계형 절도범이 돼야 했고, 범죄자로 손가락 질 받는 사람이 돼야 했다. 실제 이 소식이 알려진 이후 많은 구원의 손길이 이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어쩌면 너무 늦은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런 소식들을 접하며, “저런, 안됐네. 우리나라 정부는 뭐하고 있지?”, “주변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날 때까지 무엇을 하고 있던 거야?” 등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 습관처럼 객관적인 관찰자 입장에서 딱 5초 정도만 대책 없는 정부 정책에 관심을 기울일 뿐, 시간이 지나면 금세 잊어버리고 지나쳐 버리곤 한다. 하지만 그 가슴 아픈 소식들에 사는 동네 이름이 나오거나 심지어 우리 아파트 우리 옆집에서 일어난 사연이라면 우리의 반응은 조금 달라질 수 있을까?

“어머 그 집이? 왜 우리가 몰랐을까? 내가 알았다면”, “우리 단지 반상회 때 폐지라도 모아 아빠의 병원비 마련에 보탬을 주자고 말했을 텐데”, “그 집 엄마 일 나갈 동안 우리 집에 데려와 저녁이라도 먹여줬을 텐데”, “적적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오늘 지진 고등어 조림 이라도 전해드리고 문안드렸을 텐데” 등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며 미안하기도 하고, 속도 상하고, 후회스럽기도 했을 것인지 궁금하다.

여러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지역사회란 그 지역에서 일어나는 지역 문제에 대해 지역 주민들이 민감하게 문제 의식을 느끼며, 특정 개인이나 조직에게 책임을 부여하거나 외부 자원을 끌어드리기 보다는 지역사회 구성원이 가능한 한 조금씩 역할을 나눠 하려는 책임감과 지역 자원을 최대한 사용해 스스로 해결하는 자발적 협력 정도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 동네에 살아가는 이웃 간에 친밀한 관계를 맺고 살피는 주민 역할을 활성화하고 주민들에 의해 발견되는 이웃들의 어려움에 십시일반 역할을 나누고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의사소통의 장이 수시로 마련돼야 한다.

우리 마을에 건강한 공동체가 활성화돼 절망에 빠져있는 이웃들이 더 이상 외롭지 않고 희망을 가지고 어려움을 이겨가며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되길 소망해 본다.

조현순 경인여자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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