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3. 지방선거, 이제 무상복지와 이별해야

김종구 논설실장 kimj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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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천국과 복지 망국 사이-

2010년 8월 29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가 주최하는 정책 간담회가 열렸다. 참석자는 이시종 충북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김완주 전북지사, 박준영 전남지사, 이광재 강원지사다.

모두 6월 선거에서 이긴 사람들이다. 그 해 선거는 ‘무상급식 선거’라 불렸다. 진원지는 야권(野圈)이었다. 같은 소속인 참석자들도 하나같이 ‘당선되면 곧바로 무상급식을 시작하겠습니다’라며 선거판을 누볐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나온 얘기가 의외다. “지방재정 위기가 심각하다” “예산을 아껴 마른 수건을 짜서 쓰는 데도 한계가 있다” “중앙당이 중심이 돼 무상급식 실시를 위한 예산을 중앙정부 예산으로 편성해 달라”. ‘예산 부족’을 지적하는 상대를 ‘그러면 애들 굶기자는 것이냐’고 윽박지르며 당선된 사람들이다. 재정 여건이 두 달 만에 급변했을 리도 없다. 그런데도 그들의 입에서 ‘돈 없어 큰일’이라는 말이 시작되고 있었다.

“복지는 뒤로 못간다”

3년이 지났다. 물 빠진 도랑에 가재 기어 나오듯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김문수 지사는 ‘못 하겠다’고 선언한 뒤 빠졌다.

안전행정부가 조사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 조사란 게 있는데. 여기서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22개 시군의 자립도가 2012년에 비해 하락했다. 민선 5기 출발 이듬해인 2011년과 비교하면 27개 시군이 하락했다. 이 중 16개 시군은 3년 내내 곤두박질이다. 원인은 급증하는 복지 예산이다.

총 예산 대비 30%까지 치고 올라간 복지비가 재정을 이렇게 흔들었다. 한마디로 텅 빈 곳간에서 잔치 벌이는 꼴이다.

3년 전, 우리는 이런 얘기를 했다. “사(私) 기업 같았으면 벌써 감옥에 갔을 일이다”. 2천300억원 들여 종합운동장을 지었던 전직 시장을 향해 쏟아냈던 비난이다.

같은 논리를 지금 상황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그때의 돈은 콘크리트 더미로 들어갔고, 지금의 돈은 시민 호주머니로 들어갔다고 우길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다고 재정을 거덜냈다는 눈앞의 책임이 바뀌지 않는다. 이 역시 ‘사기업 같았으면 벌써 긴급이사회 소집됐을 일’이다.

공교로운 건 이런 복지 문제를 또 다른 복지 문제가 덮어주고 있다는 거다. 정부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떠넘긴 무상보육이다.

3~4세 보육료 지원을 소득 하위 70%까지에서 전 계층으로 확대했다. 0~2세 양육 수당도 차상위 계층까지에서 전 계층으로 확대했다.

이렇게 해서 지방으로 넘어온 부담이 1조700억원이다. 50%는 중앙 정부가, 나머지 50%는 지방 정부(광역 25%+기초 25%)가 책임지라며 떠안긴 부담이다. 지방 정부의 의견 따윈 묻지도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시작해서 여(與)가 주도했고 야(野)가 거들었다. 울고 싶던 지방 정부의 뺨을 시원하게 올려붙여 준 셈이다.

시장군수들이 기다렸다는 듯 원성을 쏟아내고 있다. ‘무상급식은 우리-지방정부-가 할테니 무상보육은 너네-중앙정부-가 하라’며 버티고 있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나. 3살짜리 아이의 부모와 초등학생 아이의 부모가 있다 치자. 앞 부모에게 절박한 것은 무상보육이고 뒤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무상급식이다.

거기엔 국민인 부모 따로 없고 시민인 부모 따로 없다. 나라 복지 받을 부모 따로 있고, 지방 복지 받을 부모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무상급식을 계속할 거면 무상보육도 계속 해야 하는 것이고, 무상보육을 중단할 거면 무상급식도 중단해야 하는 것이다. 어차피 매표(買票)에 미친 정치권이 벌여 놓은 일이다.

지방선거 소재 아니다

2009년 어느 날. ‘정창섭 부지사’가 ‘기자’에게 이런 가르침을 줬다. “복지는 뒤로 갈 수 없는 거야. 그래서 걱정인 거지”. 모두가 ‘굶길 거냐’ ‘먹일 거냐’로 싸우고 있을 때 그는 앞으로 빚어질 예산 파국을 말하고 있었다. ‘콜럼버스 달걀’과도 같았던 이 말은 그 후 ‘기자’가 쓰는 모든 복지 칼럼을 지배했다. 그리고 ‘월급봉투 19만원’의 반격이 시작된 지금, 또 한 번 그 교훈의 소름 끼침을 느낀다. ‘무상급식ㆍ무상보육은 중단할 수 없을 거야. 그래서 걱정인거지’.

이제 그만 해야 한다. 진보(進步)가 있어 자리 잡을 수 있었고, 보수(保守)가 있어 커질 수 있었다. 정치권이 달려온 무상복지 경쟁의 한계도 여기까지다. 더 가면 안 된다. 우리가 발 딛고 선 복지 천국과 복지 망국 사이의 담벼락이 이미 원치 않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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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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