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정치불황 타개, 대통령과 야당의 책무

제1야당인 민주당 대표가 노숙을 하고 있다. OECD 가입국가 치고 야당 대표가 노숙을 하고, 소속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장외투쟁을 하고 있는 국가는 우리 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한국 정치는 반대의 소리가 잠재워진 채 매우 중요한 얘기가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NLL 대화록 파문과 관련돼 대통령기록물, 과거의 역사를 검찰이 수사하고 있고, 국가정보원이 종북세력 척결을 정치적 숙고 없이 전면에 나서서 진두지휘하는 모습은 썩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요즘 국회는 정치활동이 일반적으로 침체되는 상태, 즉 정치불황에 직면해 있다. 여당과 야당의 역할이 미미하며, 생산적인 일에 정치가 전혀 기여를 못하고 있어서 많은 정치인이 실업자로 전락한 듯하다.

한국정치 불황에는 야당도 책임이 있다. 정당이 존재하는 한 의회와 행정부간의 ‘진정한 정치적 대립상태’는 큰 의미가 없다. 집권여당(정부여당)과 야당 간의 정권교체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원래의 대립이 더욱 실질적이기 때문인 것이다.

민주당은 야당으로서 최근 두 번에 걸친 대선 실패에도 불구하고 건재한 유일무이한 정당이라는 점에서 자긍심을 가져도 된다. 그러나 그 다수의석이 지역주의와 대세론적 야합에서 비롯된 측면 또한 크기 때문에 의석수에 연연하지 않는 민주당의 자기변신이 필요하다.

더욱이 두 번에 걸쳐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전투정당이었기 때문에 변화가 절실하다. 정치세력의 실체는 국민의 지지에 전적으로 좌우되므로 민주당이 포함된 야권 전체의 질적 개편과 재구성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의 부활, 안철수 신당, 양자간의 결합방식 등 어떠한 야권 정계개편이든 국민 정서에 맞는 야당만이 생존할 것이다.

야당의 정치영역은 정부비판과 정책입안 기능은 물론 정권교체라는 근본적인 대안 제시까지 가능하다. 이를 위해 야당은 끊임없이 정치적 엘리트 계층의 확대와 다원화를 꾀해 광범위한 정당성 기반을 쌓아가야 할 것이다. 국민이 의지하고 의존하고 싶은 정당을 만들고 그 힘으로 정권교체형 여야 경쟁구도를 끌고 가는 리더십 구축이 시급하다. 만년야당은 야당이라 할 수 없다.

야당은 분명 민주국가의 본질적인 구성요소다. 어쩌면 국민의 대안적 선택이라는 정치적 기본권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있다. 작년 12월 대선 이후 제18대 대통령의 선출과 함께 한국의 정치지형은 새로운 양상에 접어들었고,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여당의 가장 큰 정치인으로서 정치불황 타개의 무거운 책무를 갖고 있다 하겠다. 야당과 여당을 매개로 국민과 대화와 타협을 하는 것이 민주적 대통령의 기본적인 정치행태인데, 이의 실천이 정치활성화 내지는 불황 타개의 열쇠이자 첩경이다.

한국정치에 있어서 실패한 대통령의 양상은 이러한 정치적 기본을 망각한 채 권력주변부의 과잉현상을 야기 시키면서 비롯됐다. 정책형성 과정에 있어서 대통령은 많은 시간을 권력중심부의 참모들과 숙의하되, 정책설계와 집행은 권력주변부로의 전이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의회와 각 부처 책임자에게서 국민으로 전달되는 경로를 가져야 할 것이다. 권력의 중심부는 대통령에게 철저히 종속돼야 하며 권력 주변부는 존재하지도 않아야 한다.

대통령의 참모들은 자신의 의지나 정치소신을 대통령을 통해 펼칠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통치철학이 국민과 함께하도록 정치적 권력의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국민을 직접 만나고 야당과 격의 없이 대화하게 하는 것이다.

한국정치에서 민주주의가 망가질 때면 예외 없이 여ㆍ야는 서로를 부정했다. 서로를 음해하고 죽이는 야만의 정치가 부활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의 길흉대사가 유권자의 선택에 좌지우지되는 국민고권(國民高權)시대에 이런 고민을 하는 요즘 세태가 유감이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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