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지역 ‘우수 中企’들의 임금착취 횡포

양의 탈을 쓴 이리와 다를 바 없다. 중소기업청이 선정한 인천지역의 ‘우수 중소기업’ 중 일부 기업이 노골적으로 노동관계법을 어기고 근로자를 혹사하고 있다. 법정 근로시간 이상의 노동을 강요하면서도 초과근무 수당이나 야간 수당도 주지 않는 등 임금을 착취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노사 화합과 경제민주화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터에 한쪽에선 이에 역행하는 노동착취가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중기청이 우수 기업으로 선정한 서구의 중장비 부품생산 업체인 K사는 종업원들에게 하루 12시간 이상(주 70시간 이상)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주당 52시간의 근로시간 제한을 어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도 K사는 법적으로 보장된 초과근무 수당이나 야간 수당을 주지 않고 있다. 악덕기업의 전형이다.

남동구의 목재생산 업체인 Y사의 횡포도 다르지 않다. 우수 중소기업이라는 이름은 허울뿐 근로자들에게 주 60시간 이상의 노동을 시키고 있다. 노동 강요 수법도 악랄하다. 계약직 근로자에겐 신분적 약점을 악용, 정규직 발령을 미끼로 혹독한 노동을 시켜도 해당 근로자들은 사용자 눈에 벗어날까봐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그러니 두 기업 말고 외부에 밝혀지지 않은 이런 악덕기업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이 가능하다.

우수 기업 탈을 쓴 사업체의 이런 행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중기청에 있다. 중기청은 구직자들에게 좋은 중소기업을 소개한다는 명분으로 업력 3년 이상의 기업 중 기업 재정에 문제가 없고, 신용등급이 양호한 점 등을 기준으로 우수 중소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근로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취업 조건인 사용자의 근로기준법 준수 여부 등 근로여건은 우수기업 선정기준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몰상식의 극치다.

취업난을 악용한 기업들에게 중기청이 ‘우수 기업’이라는 탈을 씌워 불법 근로를 묵인·부추긴 꼴이 된 것이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에 대해 중기청 관계자는 우수기업 선정에 근로여건 등을 넣지 않은 것은 법적으로 민간 기업에 대한 정보를 서로 다른 기관이 공유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니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 억지 궤변이다.

고용노동부도 멍청하긴 마찬가지다. 중기청이 선정한 우수 기업 정보는 노동부의 취업 포털 워크넷 등에 올라 있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당연히 있어야 할 이들 기업의 근로여건에 대한 정보가 빠져 있는 것을 묵과했다. 근로감독을 소홀히 한 직무유기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노동부는 앞으로 근로감독 활동을 강화, 취업난에 편승해 임금을 착취하는 악덕 기업을 솎아내고 도태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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