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에너지 위기 이제는 보다 현실적 대응 필요

한국전력공사에서 인턴사원으로 근무를 하고 있다. 최근에 한전은 전력수급악화로 인해 절전운동에 동참하고자 실내온도가 35도를 넘는 더운 날씨에도 에어컨과 선풍기를 사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내조명등을 소등하며 근무하고 있다. 또한 전기사용량을 분산시키고자 점심식사 시간을 12시에서 11시로 조정했다.

한전에 입사하기 전에는 한전이 전기를 생산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전기를 풍족하게 사용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절전운동에 처절하게 동참하고 있었다. 가끔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 방문하는 분들은 야외보다 더운 사무실 열기에 실망하며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

많은 국민들이 절전운동에 동참하며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 흔히 우리나라 국민들이 전기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지금의 에너지위기가 왔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우리나라 국민 가정용 전기사용량은 미국국민의 1/4, 일본국민의 1/2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가정용 전기요금에 비해서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혜택을 보고 있고 마음껏 전기를 사용하는 기업들에게 큰 책임이 있는 것이다.

최근 3년간 삼성전자의 할인규모는 3천140억 원에 이른다. 국민들이 아낀 전기요금이 많은 기업들과 해외주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즉, 산업용 전기를 이용하는 기업에 현실성이 없이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을 하는 한전은 최근 4년간 총 8조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반면 대기업 민자 발전사들은 발전설비 용량이 공기업 발전회사들의 10분의 1 수준임에도 지난해 공기업보다 1천500억원 이상 많은 9천62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는 현재 전력산업 구조에 총체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한전은 전력거래소를 통해서 발전회사들로부터 전력을 구매해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다. 원자력·석탄·LNG 등 전력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원료의 가격 차이에 따라 발전회사들의 전력 생산 단가가 각각 다르다.

전력 사용이 많지 않은 아침이나 저녁에는 생산 가격이 낮은 원자력과 화력 발전소를 통해서 전력을 생산하고 전력 사용이 몰리는 오후 2시와 5시 사이에는 생산 가격이 높은 LNG와 경유 발전소를 포함한 모든 발전소를 가동한다.

전력난으로 인해서 민자 발전사들은 생산 단가의 최대 두 배까지 받고 전력을 판매하고 있으며 한전은 원전 가동 중단으로 부족해진 전력량을 메우기 위해서 높은 비용으로 구입하고 있다. 전력난이 심해질수록 민간발전사의 매출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결국에는 전기요금과 전력수급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전을 비롯한 많은 정부기관과 공기업이 에너지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대다수의 국민들 역시 절전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절약을 통해서 에너지위기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 전력산업의 재통합과 정부의 전기요금 현실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전력거래를 보다 합리화해야 할 것이다. 보다 현실성 있는 구조개편과 대응방안을 통해서 정부, 기업, 국민이 하나가 돼 지금의 에너지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야겠다.

임경모 한국전력공사 남서울지역본부 남부지사 인턴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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