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 선거사범 재판기간 왜 안지키나

법원이 아직도 못된 타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사범의 재판기간에 관한 강행규정이 있음에도 이를 어기고 재판을 차일피일 시간 끄는 일이 여전하다. 지난해 4·11 총선 후 기소된 인천지역 선거사범 2건에 대한 하급심 재판이 지연되면서 대법원 확정 판결 역시 미뤄지는 것도 법원이 관계법규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확정 판결결과에 따라 치러져야할 해당 지역구 10월 재선거가 사실상 어렵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현행 공직선거법 270조(선거사범의 재판기간에 관한 강행규정)는 선거사범과 그 공범에 관한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해 신속히 해야 하며, 그 판결의 선고는 제1심에선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월 이내에, 제2심 및 제3심에선 전심(前審) 판결의 선고가 있은 날부터 각각 3개월 이내에 반드시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건 접수일로부터 길어도 1년 이내에 반드시 판결하라는 강제규정이다. 국회의원직 상실 여부를 가급적 빨리 확정하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안덕수 의원(새·서구 강화을) 선거 사무소 회계책임자는 2심에서 5주 넘게 선고가 늦어져 대법원 역시 지난 달 5일까지 판결해야 함에도 아직 공판 기일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또 최원식 의원(민·계양을)도 당초 2심 선고가 3개월이나 지연돼 이대로 진행된다면 대법원도 법정 기한인 다음 달 말일까지 확정 판결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안 의원 회계책임자는 인천지법에서 징역 8개월, 2심에선 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아 대법에서 형이 확정되면 안 의원이 당선 무효 처리될 입장이다. 최 의원은 인천지법에서 무죄선고를 받았지만 2심에선 벌금 300만월을 선고 받아 의원직 상실 위기에 처해 있다. 안·최 의원의 대법 판결이 9월말까지 확정되지 않으면 두 의원 지역구의 10월 재선거는 불가능해진다. 지역 유권자의 권리가 일시 유보되는 것이다.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법원이 재판기간을 어기는 것은 처벌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분명히 이것은 입법상 큰 허점이다. 그러나 법원이 강제규정임에도 처벌이 수반되지 않는다고 해서 ‘훈시규정’정도로 해석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법의 맹점을 이용한 아전인수적 해석이다.

과거 총선 때마다 일단 당선된 선거사범 피고인이 고의적 재판 지연으로 임기를 거의 채우다시피 하는 예가 허다했다. 공직선거법이 길어도 1년 이내에 최종 판결을 내도록한 것은 선거법을 위반, 부정한 방법으로 당선된 사람이 버젓이 2~3년 간 국회의원 행세를 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각급 법원은 공직선거법 취지에 따라 선거사범 재판을 규정대로 진행, 의원 신분의 정당성 여부를 속히 가려내야 한다. 그것은 그를 뽑아준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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