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성과 작품성 모두를 잡은 놀라운 이야기꾼, 마시모 카를로토의 ‘잘가요 내사랑, 안녕’(지혜정원刊)이 여름 출판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유럽 범죄 소설계의 대표 작가로 손꼽히며 조베디 문학상, 데시 문학상, 셰르바넨코 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이탈리아의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매김한 마시모 카를로토의 대표작으로 유럽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번역돼 출간됐으며 한국에는 처음 소개되는 책이다.
‘잘가요 내사랑, 안녕’는 경제 발전과 더불어 타락해가는 사회를 아주 현실적으로 그린 누아르 소설이다. 마약이 유통되고 총과 돈으로 무장한 사회, 뒷골목의 범죄와 정치적인 범죄가 공존하고 성적으로 타락한 이탈리아 북동부를 배경으로 외국을 떠돌며 도망 다니던 전 테러리스트가 레스토랑의 돈 많은 주인으로 사회적 신분을 상승해가는 과정이 긴박하게 펼쳐진다.
냉혈한이고 비도덕적이고 양심을 상실한 주인공은 사회에서 인정받는 승리자들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부패한 경찰과 공모하고 비양심적인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신분을 상승해가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범죄를 저지르며 방해가 되는 자는 누구라도 해치운다.
건조하면서도 간결한 문체, 빠른 이야기 전개가 이 소설의 큰 특징 중 하나이다. 치밀한 범죄 계획과 실행 과정은 한 범죄자의 르포르타주와 같은 실제감을 느끼게 하면서도 마치 영화를 보듯 매 페이지마다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이야기는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기에 지루할 틈이 없다.
소설은 범죄자를 앞에 내세워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일면만을 확대시켜 바라보는 것 같지만, 이를 통해 역설적으로도 우리는 어느 틈에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원칙과 규칙들, 타인에 대한 존중, 인간의 도덕성을 되돌아보게 된다. 휴가철, 현존하는 이탈리아 최고의 범죄 소설 작가와의 독서 데이트를 추천한다. 값 1만2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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