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추억의 만화, ‘형사 가제트’를 보면 주인공 ‘가제트’는 자신의 손목시계로 조카 ‘패니’와 그녀의 개 ‘브라이언’과 얼굴을 보며 실시간으로 통화를 한다. 지금으로 따지면 ‘페이스타임’ 기능을 갖춘 애플 ‘아이워치’의 원조 격이다.
만화 속 상상의 세계가 현실이 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스마트워치’다. 실용성과 시장성을 두고 여전히 논란이지만 세계 IT업체 간의 경쟁은 벌써부터 뜨겁다. 소니와 애플에 이어 최근 삼성과 LG가 잇따라 관련 특허를 출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IT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달 특허청에 ‘삼성 기어(Gear)’와 ‘G Watch’라는 이름의 상표를 각각 출원했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 3월과 5월 휘어지는 LCD인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스마트워치의 특허디자인을 특허청에 등록하기도 했다.
오는 10월 출시를 앞둔 애플은 좀 더 적극적이다. 최근 일본과 멕시코, 러시아, 대만 등 주요국에 ‘아이워치’의 상표권을 신청했다. 각사는 “경쟁사에 상표권을 뺏기지 않기 위한 조치일 뿐 해당 제품 이름을 특정한 것은 아니다”고 했지만 이르면 내달 4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되는 세계가전전시회(IFA)에서 스마트워치를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품 자체 개발은 현재 수준으로도 충분하다”면서도 “실험적인 제품인 만큼 출시 시점을 두고 업체끼리 눈치작전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첨단 기술이 내재된 제품이지만 기존 아날로그시계 디자인에서 크게 다르지 않아 UI나 카메라 등의 부가기능과 부품이 비슷해 나중에 출시할 경우 앞선 제품을 모방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도 출시시점을 놓고 고민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스마트 워치 시장에서 빠른 행보를 보이는 일보 소니는 지난해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해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소니 스마트워치’를 시장에 내놓은데 이어 지난 6월 ‘스마트워치2’를 공개했다.
모토로라도 2011년 1.3인치 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스마트워치 ‘모토액티브’를 149.99달러(약 16만6천500원)에 내놓았다. 시장조사기관인 카날리스는 스마트워치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될 내년에는 출하량이 5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스마트워치 시장이 얼마나 커질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긍정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손목에 차는 형태라 사용자의 혈압, 심박수 측정이 편해 헬스 관련 보조기기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점을 든다. 실제 이미 출시된 스마트워치 등 ‘입을 수 있는(wearable)’ 기기는 대부분 스포츠, 피트니스, 건강관리 기능이 들어 있다. 모토액티브는 운동할 때 심장 박동수를 측정해 거리, 시간, 속도, 소모 칼로리 등을 알려주고 얼마나 더 운동해야 최고의 효과가 있는지 조언해주기도 한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스마트워치로 전화나 문자메시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알림을 간편하게 전달받을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반면 손목시계를 잘 차지 않는 젊은 세대에겐 스마트워치가 큰 인기를 끌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스마트워치를 차고 다니면 문자메시지와 각종 알림 등에 과잉 노출돼 소비자들의 피로감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