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전두환과 미술작품

이선호 문화부장 lshg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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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 압수수색에서 미술작품 수백여점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검찰은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와 관련 사업체를 압수수색 했다. 은닉한 재산을 찾아내 추징금을 환수할 목적이다. 그런데 이번 검찰 수사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전씨 일가가 보유한 미술작품들이다.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운영하는 파주 시공사와 연천 허브 빌리지 등에서 압수된 미술품이 300여점이 넘는다고 하니 세인들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한 듯하다. 전 대통령의 사저와 일가 사업체 창고 등에서 어른키 두배 만한 대형 미술작품들이 연이어 나오는 장면이 방송을 탔다. 이렇게 압수한 작품은 국내외 유명작가들이 그린 동ㆍ서양화, 서예 족자, 도자기는 물론 동남아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황동불상까지 다양했다. 국내 미술의 거목으로 꼽히는 박수근, 천경자, 이대원 화백의 그림도 압류한 미술작품 속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프랜시스 베이컨, 이탈리아 조각가 스타치올리 등 외국작가의 작품까지 나왔다고 하니, 전대통령 일가가 보유한 작품들로 미술관을 지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현재 압류한 전 대통령 일가의 미술작품을 놓고 설왕설래가 진행중이다. 작품의 가치가 높다느니, 낮다느니. 진짜 좋은 작품은 찾지 못했다느니 추측이 난무한다. 본질은 과거 권력자의 비자금 환수지만 이 과정에서 발견된 미술작품들. 이는 분명히 미술계와 미술작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작가는 심혈을 기울여 작품을 만든다. 작가의 작품이 인정받기란 너무나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세상에 인정받은 작품들은 극소수다.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은 유명 작가가 고인이 될 경우 작품의 가치는 더욱 치솟는다. 그것은 고인이 된 작가가 다시는 창작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술적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일부 권력자나 재벌들이 이같은 미술 작품들을 다른 목적으로 부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벌 관련 비리 수사에서 비자금 은닉과 불법증여 등 탈세의 방법으로 종종 고가의 미술작품이 등장한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때마다 해당 유명 미술작품은 세간의 화제가 됐다. 그러나 화제가 되는 주요이유는 작품의 가치보다 천문학적인 가격이다. 어떤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품인지보다는 미술작품 가격이 수백억원이니, 수천억원이니 하는 점만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다. 작품 세계를 돈이 지배하는 세상. 미술품을 보는 우리의 시각은 과거 재벌이나 권력자들이 그렇게 왜곡시켜왔다.

어떤이는 미술작품이 연루된 비리사건이 터지면서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고 조롱한다. 그러나 본질은 이들이 예술작품을 부적절하게 활용해 예술작품을 모독한다는 평가가 맞다.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명품 도자기도 주인이 개밥그릇으로 쓰면 개 밥그릇이 될 수밖에 없다. 일부 재벌이나 권력자들이 다시는 미술작품을 모독하지 않도록 사회적 방지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작품을 가격으로만 평가하지 말고 예술적 가치를 평가하는 성숙한 시각을 키워보자.

이선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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