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이상적인 의료체계 구축을 꿈꾸며

미국 유학생들은 크게 다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의료기술로 따지면 선진국에 속하는 미국에서 다치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생각은 많은 사람들에 어불성설로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유학생의 입장에서는 병원이 두려운 것은 무능한 의사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치료비를 감당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작년 가을학기 중 학교운동장에서 운동중 본인의 실수로 금속물체의 모서리에 부딪혀 두피부위에 3㎝ 정도 찢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인근 병원 응급실에서 3시간 정도 기다리고 있으니 드디어 담당의사가 와서 아무 말 없이 5분 동안 의료용 스테이플러로 간단히 봉합 수술을 하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그 후 병원 프런트에서 받아 든 의료비 청구서를 보니 120만원으로 기재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병원을 나오면서 그제야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수없이도 경고했던 미국의 의료비용이 실감이 났다. 이것이 미국의 의료 보험체계의 현주소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의료체계는 어떠한가. 현 대한민국 의료보험체계는 저수가 정책 덕분에 소정의 본인부담금만 지불하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누구나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단연 매력적이다.

결국 이상적인 의료체계는 낮은 병원문턱과 의료기술의 발전이 균형을 이루어 질때 가능하다고 본다. 미국에서 생활을 해본 경험이 있는 필자로선 아무리 의료기술이 뛰어나도 자본주의를 강조하는 미국의료체계는 다소 이상적인 의료체계와는 거리가 멀다고 몸소 느꼈다. 한국 의료체계가 의료기술의 발전을 동반하면서 환자, 의사 모두에게 장기적으로도 이득이 될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게 필자의 개인적인 소망이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

신재영 美펜실베니아대학 자연학부 입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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