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기술개발전문회사’를 집중 육성하자

창업하면 이스라엘이다. 금년 6월 기준 이스라엘의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은 무려 57개로 미국 이외 나라로는 중국 다음으로 세계 2위, 13.6%를 점하고 있다. 우리나라 1개 기업에 비하면 가히 놀랄만하다. 창업인구 역시 인구 800명당 1명으로 세계 1위이다. 전문가들은 주된 이유로 풍부한 벤처자금, 활발한 M&A, 당돌함, 뻔뻔함을 상징하는 후츠파 정신 등을 들고 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한 가지 는 창업의 씨앗인 기술이 풍부해서다. 기술개발만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 많고 창업초기단계에서 기술거래, M&A가 활발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 연간 기술수입료는 무려 1조2천억원에 달하고 있다. 우리나라 서울대학교, 카이스트가 연간 40억원 수준인 점에 비추어 볼 때 이스라엘의 기술력은 가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모두 주지하듯이 창업의 첫 시발점은 기술이다. 필자는 지난 6월 5일 본지 ‘창업 생태계의 필요충분 조건’이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수한 아이디어.기술-비즈니스 모델평가-전문CEO의 고리가 단절없이 연결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연결고리, 문제 해결방안의 하나로 ‘기술개발전문회사’를 적극 육성할 것을 제안한다.

‘기술개발전문회사’란 판매를 목적으로 기술을 생산하는 전문기업을 말한다. 기술개발만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기술개발에만 집중하고 개발된 기술은 이를 사업화하고자 하는 중소기업이나 대기업, 혹은 전문 CEO를 찾아 넘기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창업’하면 흔히 기술개발 뿐만 아니라 생산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사업계획 작성, 인력채용, 자금조달, 공장건설, 마케팅, 판로개척 등 일련의 모든 과정을 포함한다. 사업화 자금의 경우 초기 기술개발과정 보다 생산판매 단계에서 막대한 투자를 요한다. 투자자금 회수를 위한 기업상장까지는 보통 13년이나 걸리는 지난(至難)한 과정이다. 기술개발과는 판이하게 다른 별도의 전문CEO 영역이다.

기술개발전문회사는 무엇보다 창업의 씨앗인 기술을 풍부하게 할 것이다. 창업의 가장 큰 장애요인인 막대한 투자자금을 요하지도 않는다. 창업초기 기술개발기한을 목표로 정할 수 있어 비교적 가시적인 기간내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창업 진입이 용이할 뿐 아니라 실패시 큰 부담없이 손쉽게 정리하고 새로운 직장을 찾아 다시 출발할 수도, 실패를 경험으로 창업에 재도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엔 소중한 연구경험과 기술개발 능력을 가진 우수한 연구인력이 많이 있다. 이들로 기술개발전문회사를 설립, 소속한 기관에 입주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제공하고 소속기관의 연구시설과 장비를 활용, 기술개발 비즈니스를 하게 하면 어떨까? 기술개발 자금은 일부에 한해 정부가 일정기간 한시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초기단계 창업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완화해 주되 인건비는 자체적으로 부담하거나 현물출자토록 제도화할 수 있으리라.

또한 대학 및 출연연구기관 중심의 창업보육센터 내에는 5천여 개에 달하는 창업초기 기업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기업에 대해서도 기술개발전문회사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 발전시켜 나갈 수 있길 함께 기대해 본다.

문유현 경기테크노파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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