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칠기명장’ 권영진 봉산칠기 대표
“‘옻칠’은 저의 운명입니다.”
구리 칠기 명장 권영진 봉산칠기 대표(54)의 옻칠 사랑은 남다르다. 남양주시 지금동 일대 주택가 한 귀퉁이에 자리잡은 100여㎡ 크기의 허름한 칠기 만들기 작업장. 그 어떤 과정도 중요치 않은 것이 없다는 대한민국 칠기 명장 권영진 봉산칠기 대표(54)가 옻칠이 얼마나 우수한 재료인지 침이 마르도록 자랑한다.
39년 전 옻 채집일을 하시던 선친을 따라 자연히 익힌 옻칠과의 인연은 지난 1971년 고향 원주에서 상경해 답십리에 있는 큰 집에 머물며 인근의 나전칠기 공장에서 기술을 익혔다. 그러나 오랜 인고끝에 탄생되는 나전칠기의 정수를 배우고자 했던 권 대표는 지난 1987년 중요무형문화재이자 칠장의 대가인 정수화 선생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옻칠의 장인으로 거듭나게 된다.
손에 물집이 생겨 터지기를 여러 번, 피가 맺히는 일이 다반사였던 험한 공정을 거쳤지만, 작품을 만든 후에도 잘못 만들었다며 호통과 매질까지 겪어야 했던 설움에 상처도 많이 받았다.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정말 대단하신 분입니다. 저의 모든 칠기 기법은 모두 그분에게서 배운 기능입니다. 아직도 칠기 부분에 의문이 있으면 찾아뵙고 질문을 드립니다. 그러면 명쾌한 답을 주시죠.”
권 대표는 지난 2001년 문화재수리기능인 자격을 취득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아 문화재 복원사업에도 참여했다. 대표적인 사업은 조계사 본존불 복원. 불상에 금박을 입히기 전 옻칠을 꼼꼼하게 해야 금이 잘 붙고 나중에 닦아도 잘 벗어지지 않는 섬세함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었다. 또 명동성당 십자가, 종묘제상도 그의 손을 거쳤다.
권 대표는 장인이라면 필수코스인 기술적인 연마 외에도 옻칠에 필요한 특허도 출원했다. 그동안 일본 제품뿐이었던 이중 색을 혼합하는 색칠 혼합기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개발해 보급하고 있고, 아이디어를 개발해 화장대 겸 서랍장으로 변경할 수 있는 방식의 제품도 개발했다.
이런 노력끝에 지난 2009 제8회 한국 옻칠 공예대전 대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10년 대한민국 칠기 명장으로 선정된 권 대표. 혼(魂)이 담겨 보는 이들이 환희를 일으킬 수 있는 전통 칠기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오늘도 그를 작업장으로 이끌고 있다.
구리=한종화기자 hanjh@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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