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만나고싶었습니다 ] 조억동 광주시장

광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서민시정’ 고향 발전 이끌어

새벽 5시에 일어나는 50대 아저씨, 주말이면 5명의 손녀손자를 위해 손수 카레와 짜장면을 만들어주는 할아버지, 피곤한 아내를 위해 혼자 밥을 챙겨 먹을 줄 아는 센스 있는 남편, 술 한 잔 마시면 신나는 노래로 분위기를 사로잡는 멋쟁이. 맑고 풍요로운 광주시의 대장, 조억동(57) 시장의 다양한 모습이다.

조억동 시장과의 첫 인터뷰를 앞두고 솔직히 걱정됐다. 그 ‘걱정’이라 하면 우호적인 안부 인사를 몇 마디 나누고 ‘재미없고 형식적인 인터뷰가 되려나?’ 했더니 아니었다. 정작 조 시장에게서는 높으신 ‘단체장’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시기적으로 2014년 6·4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 오면서 선출직 단체장의 경우, 그 동안 자신들의 치적을 알리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허나, 조억동 시장을 달랐다. 권위적이 않고, 딱딱하지 않고, ‘양식화된 세련미’로써 지나친 과대포장도 하지 않았다. 여름 감기로 고생하면서도 특유의 친화력으로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으며, 화기애애하게 인터뷰를 주도했다.

경안천에서 멱 감고, 횃불 들고 물고기 잡던 ‘소년 조억동’

민선 4~5대 취임 후 경안천 살리기 올인… ‘철새의 낙원’으로 부활

조억동 시장은 ‘광주맨’이다. 광주시 초월읍에서 태어나 초월초등학교, 광주중학교, 광주중앙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유년시절 조 시장은 경안천에서 물장구 치고 고기 잡으며 여느 시골아이와 다름없이 자연 속에서 컸다.

“과거 경안천은 ‘물 반 고기 반’이었어요. 여름이면 경안천에서 수영하고 횃불 들고 반두로 쏘가리, 메기, 참게 등 다양한 물고기를 잡았죠. 유년시절 경안천에서의 추억은 그야말로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조 시장의 놀이터였던 광주의 경안천은 80년대까지만 해도 광주시민들의 시원한 휴식처였다. 그런데 언제가부터 경안천은 주민들에게 혐오스러운 공간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낙농가와 각종 공장들이 들어서면서 오염되기 시작해 생활하수와 공장오폐수 등으로 경안천은 죽음의 하천이 되고 말았다.

조억동 시장은 팔당호 수질정책협의회 광주시 대표, 광주시 생활체육협의회 이사, 광주시의회 제3~4대의원, 제4대 전반기 의회의장 등 지역 봉사를 하면서 경안천 살리기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 2006년 7월 민선 4기 시장으로 취임하면서 본격적으로 경안천 자연형 하천복원에 올인 했다.

“광주 출신으로서 경안천은 단순한 추억의 장소가 아닙니다. 멱 감고, 물고기 잡던 경안천이 죽게 내버려둘 수 없었죠. 그래서 죽음의 하천을 생명의 하천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모든 행정력을 동원했고, 특히 2006년 10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당선된 이후 광주시와 함께 주민대표들로 구성된 ‘경안천 살리기 운동본부’가 발족되면서 경안천 살리기에 탄력을 받게 됐습니다.”

그는 시장으로서가 아니라 경안천과 평생을 함께 해온 광주시민으로서 경안천에 애정을 쏟았다. 그 결과, 물이 맑아지고 물고기 종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철새도 돌아왔다. 오염의 대명사였던 경안천은 중앙정부와 경기도, 광주시가 협력해 이제는 ‘살아있는 강’으로 변신했다.

경안천의 변화에 대해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도내 하천이 2천700여 개가 있는데 그 가운데 팔당댐은 2천500만 명이 매일 마시는 생명수인데 이걸 가장 더럽혔던 것이 경안천이었다. 가장 성공적으로 주민들이 참여해 하천을 살린 곳이 경안천”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요즘도 새벽 5시에 일어나 지역 곳곳 살피고 ‘경청하는 리더’

지난해 35개 표창·16억 포상금… 수도권 친환경 청정도시 결실

경기도축구협회장을 역임하기도 한 조억동 시장은 부지런함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요즘도 새벽 5시에 기상한다. 새벽부터 지역 곳곳 골목을 누비며 민원과 현장을 두루 살펴온 부지런함은 지역민들로부터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공원을 돌면서 시민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환경 미화원를 격려하고, 농사철 바쁜 농부를 만나는 등 아침시간을 남보다 일찍, 그리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바로 조억동 시장은 29만 광주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리더’가 되기 위한 방법인 것이다.

“사람의 귀는 외이(外耳), 중이(中耳), 내이(內耳)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네요. 이렇게 귀가 세 부분으로 이루어졌듯이, 시장으로서 시민의 말을 들을 때에도 귀가 세 개인 양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경청이 중요성을 중요합니다. 특히 고질적이고 억지성 민원을 해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세가 경청이죠.”

조 시장은 민원인을 피하지 않는다. 민원인을 만나면 상대방이 ‘말하는 바’를 귀담아 듣고, ‘하지 않는 심중의 말’은 무엇인지를 신중히 가려내며, ‘말하고자 하나 차마 말로 옮기지 못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가려낸다.

그가 민선 4~5기 동안 광주시를 수도권 친환경 청정도시로 만들 수 있었던 비법은 바로 ‘무조건 경청하기’였다. 민원인들이 남의 말을 잘들을 줄 아는 훌륭한 경청자의 자세를 지닌 시장을 갈망하고 있다는 것을 조 시장은 잘 알고 있다. 

조 시장이 부지런함과 경청하는 자세, 그리고 편안한 친화력으로 중무장해 행복하고 함께 잘사는 광주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관한 ‘2011 대한민국 문화원상’을 비롯해 2012년 경기도 31개 시군 종합평가 2년 연속 최우수상 수상 등 각 기관으로부터 35개 표창과 16억여 원의 포상금 수상이라는 소중한 성과를 거두었다.

6월 21일~23일 ‘제11회 퇴촌토마토축제’ 성료 

퇴촌토마토, 그 맛을 따라올 자 없죠

이처럼 조억동 시장이 힘내서 365일 달릴 수 있는 건강비결은 무엇일까? 광주하면 토마토를 빼 놓 수 없다. 토마토는 광주의 자존심이다. 조 시장에게는 자식 같은 존재인 동시에 건강비결이기도 하다.

광주시 특산물 중에서 가장 유명세를 타고 있는 퇴촌토마토는 팔당호의 맑은 물과 공기, 그리고 정성 어린 농민들의 열정으로 국내 최고 품질의 토마토가 생산되고 있다. 현재 퇴촌토마토는 퇴촌면 시설원예 영농조합법인과 정지1리, 정리2리 작목반 등 총 120여 농가, 약 26만4천㎡(8만평)에 달하는 넓은 면적에서 생산되고 있다.

조 시장은 토마토 마니아다. 매일 토마토를 즐겨 먹고, 술 먹은 다음 날에도 꼭 토마토를 찾는다.

“퇴촌토마토는 청정지역 팔당호 주변에서 재배돼 육질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품질이 우수합니다. 대한민국에서 퇴촌토마토의 그 맛을 따라올 자가 없죠.(하하) 제 건강과 피부 관리에 있어 일등공신은 바로 토마토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힘을 내는 데 필요한 철분과 비타민이 풍부하기 때문에 정력식품으로 알려져 있죠.”

조 시장이 자신 있게 자랑하는 퇴촌토마토. 지난 6월 21일~23일 3일 동안 열린 ‘제11회 퇴촌토마토축제’에 퇴촌토마토 맛에 반한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몰려와 광주시가 북적북적했다. 무엇보다 매년 8월, 스페인의 작은 마을 보놀(Bunol)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스페인 토마토 축제’ 버금가는 프로그램과 명품토마토로 축제를 성공리에 치렀다. 조 시장도 축제기간 관광객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었다.

바쁜 와중에도 조억동 시장의 손주손녀 사랑은 특별했다.

“자식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하지만 손주손녀사랑은 더 특별한 것 같습니다. 제가 아직 환갑 전인데 벌써 손주손녀가 5명입니다.(하하) 딸, 아들이 일찍 결혼해 복덩이들을 안겨줬어요. 초등학교 4학년부터 돌쟁이까지 주렁주렁입니다. 주말에 직접 카레나 짜장면을 만들어주면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몰라요. 그게 삶의 낙이죠.”

처음 만난 광주시장 조억동은 애향심이 깊었다. 할아버지 조억동은 한없이 푸근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스포츠맨으로 의리를 중요하게 여겼다. 조억동 시장은 유일하게 “노래 실력이 좋다”고 자랑했다. 노래 실력은 다음 기회에 직접 확인하겠다며 다음을 약속하며 질문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 출마여부에 대해서 말이다. 조억동은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 “3선 준비는 하고 있습니다.”

한번 맛보면 그냥 가지 못하는 퇴촌토마토처럼 조억동 시장은 당도가 높고 성품이 우수한 리더였다. 2천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광주시, 민족사의 발상지이며, 한강의 젖줄로 해 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꽃 피워온 광주시가 앞으로 얼마나 더 멋지고, 크게 성장할지 기대된다.

글 _ 강현숙 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 _ 추상철 기자 scchoo@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