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현 한국스페셜올림픽 하계대회 조직위원장

‘편견과 차별’ 세상의 벽을 넘어 ‘용기와 희망’ 인간승리 드라마

세계 103개국의 지적장애인들이 참가한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대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데 어우러지는 감동과 화합의 축제 한마당이었다.

  특히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대회가 단순한 지적장애인들의 스포츠 축제의 의미를 넘어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 까닭은 대회가 끝난 뒤 나타난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회 이전 5%에 불과했던 스페셜올릭픽에 대한 인지도는 대회가 끝난 뒤 71.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창스페셜올림픽 대회가 지적장애인들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인식과 관심을 끌어올리는데 큰 영향을 미친 셈이다.

평창스페셜올림픽 대회의 열기와 감동을 일반 시민들에게 전파함으로써 지적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우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장애인들을 향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앞장서고 있는 이가 있다.

오는 8월 21일부터 23일까지 육상, 수영, 축국, 농구 등 9개 종목에 걸쳐 수원에서 열리는 한국스페셜올림픽 전국하계대회 유치를 준비하고 있는 ‘제10회 한국스페셜올림픽 전국하계대회 조직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석호현 위원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년간 유아교육계에 몸담아 온 교육자에서 지적장애인 문제 ‘해결사’로 나선 석호현 위원장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8월 21~23일 수원서 ‘한국스페셜올림픽 전국하계대회’ 열려

막바지 준비 한창… 경쟁보다는 ‘화합·나눔 축제’

2013년 제10회 한국스페셜올림픽 전국하계대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을 반영하듯, 수원시 우만동 수원선수촌 3층에 위치한 조직위원회 사무실은 분주했다.

선수단의 숙소 마련 등 전반적인 대회 준비에서부터 장애인들의 편의시설 등 신경 쓸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닌 만큼 사무실 직원들은 맡은 업무를 처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모습이었다.

“예산 마련과 자원봉사자 배치, 대회 홍보 등이 모두 이곳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요. 비장애인들의 대회 준비도 만만치 않은 일인데 지적 장애인들이 불편함 없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준비하다보니 신경 쓸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네요. 저도 인터뷰 마치는 대로 대회 예산 마련을 위해 열심히 뛰러 가야합니다.”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석 위원장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본격적인 인터뷰에 돌입했다.

인터뷰를 시작하며 석 위원장에게 스페셜올림픽대회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했다.

석 위원장은 “치열한 경쟁보다는 ‘화합과 나눔이 있는 축제’라고 할 수 있지요. 경기에 참가하던 선수가 옆에 넘어진 선수를 부축해서 같이 결승선을 통과하기도 하고, 금메달을 딴 선수가 동메달을 딴 선수에게 메달을 양보하기도 하기도 하는 등 비장애인 대회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들이 벌어지곤 합니다.

저도 이러한 지적장애인들의 모습을 보며 진정한 화합과 나눔의 의미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2013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 대회를 통해 느꼈던 감동을 일반 시민들에게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제가 스페셜올림픽 활동에 뛰어든 가장 큰 이유입니다”라고 말했다.

20년 유아교육계 베테랑의 변신

나 위원장과 인연… ‘장애인의 아버지’ 자처

석 위원장은 원래 20년 가까이 유아교육계에 몸담아 온 교육자 출신이다. 지난 1994년 유아 교육계에 뛰어든 이후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수원지부, 경기도지부, 전국 이사장을 두루 역임하며 유아교육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데 앞장 서 왔다.

부족한 국·공립 유치원에 들어가지 못해 비싼 사립유치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학부모들이 ‘바우처’를 통해 국가의 교육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도,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는 유치원 교사들이 50여만 원의 국가 보조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도 모두 석 위원장의 노력이 일궈낸 ‘작품’이다. 그러한 그가 전혀 생소한 분야인 장애인 스포츠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은 나경원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 회장과 인연을 맺으면서부터다.

 

“유아교육을 하다보니 장애아들을 많이 접할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장애인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부끄럽지만 처음에는 저도 유치원에 찾아오는 장애아들을 따뜻하게 맞아주지 못했었죠. 막연하게나마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데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나경원 위원장을 만나면서부터 그걸 실천에 옮길 수 있게 된 거지요.”

이후 석 위원장은 지난 2011년 경산에서 개최된 제9회 한국스페셜올림픽 하계대회와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장애인 문제에 대한 더욱 강한 확신을 갖게 됐다. 장애인 문제는 단순히 예산을 지원하거나 시설을 확충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편견을 없애는 일이 선행돼야만 개선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고 믿습니다. 스페셜올림픽이야말로 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런 만큼 이번 수원 대회를 반드시 성공적으로 치러내겠습니다.”

경기도에서 열리는 첫 전국지적장애인대회

비장애인·장애인 하나 되는 ‘어울림 축제’

지난 2011년 12월 전국 최초의 시·도 지부인 경기도스페셜올림픽위원회의 수장을 맡은 뒤 지적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석 위원장은 경기도내 15개 시·군 지부를 결성한데 이어 제10회 한국스페셜올림픽 전국하계대회 수원 유치를 이끌어내기에 이르렀다.

“힘든 점도 많았지만 정말 많은 보람을 느낄 수 있었지요. 나경원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 회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염태영 수원시장, 이내응 수원시체육회 사무국장 등 많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셨고, 많은 기업과 1천여 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들도 힘을 보태줬습니다.

경기대에서는 가장 중요한 선수단 숙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기숙사를 빌려줬고, 아주대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의 교육을 맡아줬습니다. 이러한 많은 분들의 기대와 관심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성공적 개최를 이끌어 내야겠지요.”

석 위원장은 스페셜올림픽대회가 ‘체육웅도’ 경기도의 중심이자 전국 최고의 스포츠 메카인 수원시에서 열리는 것만으로도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석 위원장은 경기도에서 열리는 첫 전국지적장애인대회라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이번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세심한 부분에도 각별한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의 감동을 재현하기 위해 이번 스페셜올림픽 대회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진정한 어울림 한마당으로 치러낼 계획이다. 이를 위해 많은 비장애인들이 대회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체험 문화마당과 어울림 마당을 마련했다.

또 큰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지적 장애인 가족들의 건강을 돌보기 위한 건강관리프로그램(HA)을 마련하는 한편, 수원지역 곳곳의 식당, 병원, 약국 등과 연계해 비장애인들이 지적 장애인들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앨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유아교육과 장애인 분야는 ‘돌봄’과 ‘소통’ 가장 중요

끊임없이 도전하는 ‘유목민 정신’ 발휘

인터뷰 내내 이어지는 석 위원장의 답변에는 거침이 없었다. 카랑카랑한 목소리에서는 8월 수원에서 열리는 제10회 한국 스페셜올림픽 하계대회가 지적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묻어 나왔고, 주저 없는 그의 언변에서는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장애인 문제를 해결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신념이 가득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석 위원장에게 유아교육과는 전혀 다른 장애인 분야에 뛰어들게 되기까지 망설임은 없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봤다.

그러자 석 위원장은 “저는 ‘돌봄’과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서 유아교육이나 장애인 분야가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막연하게 느껴지는 낯선 감정 때문에 장애인들에게 마음을 열지 못했던 비장애인들에게 장애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미처 느끼지 못한 부분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제가 현재 하고 있는 일 또한 일종의 교육이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론 과연 잘 해 낼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원래 한 곳에 안주하기 보다는 새로운 미지의 분야를 향해 도전하기 좋아하는 ‘유목민’의 기질이 있어요.

저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는 ‘유목민’들이 더 많아야 사회가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의 유목민 기질을 계속 발휘할 계획입니다.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 부탁 드립니다”라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글 _ 박민수 기자 kiryang@kyeonggi.com 사진 _ 추상철 기자 sccho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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