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희망’ 7만 주민 고통 헤아리길
요즘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 새벽을 맞이하는 날이 많다. 성남시장 취임 후 지금까지 결코 평탄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요즘처럼 답답했던 적은 없었다. 요즘은 감정이 없는 거대한 기계와 싸우는 기분이다. 재개발사업 중단을 둘러싼 LH와의 갈등 때문이다.
LH는 2010년 전반기에 이미 자금부족으로 전국에서 많은 사업을 중단했고, 성남시 2단계재개발 사업도 민선 5기 취임 전에 이미 입주자 동·호수 추첨결과 발표 연기를 시발로 중단되었다.
성남시가 판교특별회계전출금 등 7천285억원에 이르는 비공식 부채를 즉시 청산하지 못하고 4개년간 나눠 청산하겠다는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했지만 이는 LH공사와 아무 관 것이었다. 그런데 LH공사는 문서도 아닌 직원을 보내 사업포기 ‘방침’을 전달한 후(LH는 지금도 사업포기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일부 정치인이 이를 왜곡해 LH공사가 사업을 중단했다며 이것이 모라토리엄 선언 때문인 것처럼 주장했다
급기야 2010년 7월 26일 주요 일간지에서 재개발사업 중단이 모라토리엄선언 때문이라는 추측성 보도가 쏟아졌다.
LH는 사업시행자로서 사업계약자로서 사업을 성실하게 수행할 공법상 사법상 의무가 있고, 이 사업은 원가정산제로 손익이 주민에게 귀속되므로 주민이 사업진행을 원하는 이상 이를 거부할 어떤 명분도 이유도 있을 수 없다.
그런데 LH는 지금까지 이유 없이 손을 놓고 있고, 그 사이 주민들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 물이 새고 곰팡이가 방안에 번져도 집주인이 수리하지 않아 주거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집주인도 재개발로 철거될 건물에 투자할 수는 없는 처지다.
이사도 못가고 수리도 못한 채 오로지 LH공사의 처분만 바라보고 있는 주민이 1만8천세대 7만명에 가깝다.
주민들은 지금까지는 “LH가 무주택서민을 위한 공기업이라니 언젠가는 약속을 지키겠지. 이주단지아파트 접수증까지 받았으니 곧 입주해 사람답게 살 날이 오겠지”라는 믿음으로 견뎌왔다. 이웃 세입자가 견디지 못해 세입자자격을 포기하고 이사 갈 때도 ‘판교 입주대상자 접수증’을 보며 동호수 추첨을 받아 입주하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버텨온 세월이 벌써 4년째다.
보다 못한 성남시가 사업정상화를 위해 2011년 1월 용적률 상향, 주차장 및 녹지 기준 완화, 도로보상 확대, 정비기금 선지원 등을 제시하고, 지난 4월11일에는 판교 이주단지 선이주비용 1천320억원 무이자 융자, 미분양분 인수, 사업중단 시 매몰비용 분담, 소형평수 확대, 지역난방 지원 등 사업성 개선 방안을 추가로 제안했다.
그런데도 LH는 입주대상자 선입주라는 쉬운 방법을 버리고, 이중 분양과 주민 반발을 감수하며 ‘재개발용 이주단지’를 일반분양했다. 이 때문에 지난 3년간 동·호수 추첨결과 발표만 기다리며 인고의 세월을 버텨온 재개발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극심해지고 있다.
이제 주민들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고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주민들 속에 작은 이해관계나 생각의 차이를 넘어 생존을 위해 협력하자는 침묵이 아니라 행동할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LH는 시와 주민들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한 채 아무 위험 부담도 없는 이 사업을 일방적으로 중단해 피해를 키우고 있다. 3년간 LH만 믿고 대책 없이 기다려온 7만 주민들의 처참한 현실을 돌아보길 바란다. LH는 조속한 사업 재개로 사회적 혼란과 시민들의 고통을 이제 그만 끝내주기 바란다.
/이재명 성남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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