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회 도체육대회·제3회 도장애인체육대회 성공개최 경기체육 역사 새롭게 썼다
경기도에 병원과 영화관, 대형마트, 4년제 대학이 없는 도시가 있다. 지역의 98%가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는 연천군의 이야기다.
연천군은 수도권 최북단지역으로 휴전선을 32㎞ 접하고 있는 접경지역이다. 지난 60년 동안 수정법이라든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문화재보호법 등 각종 중첩 규제로 수도권에서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연천은 30만년 전부터 인류가 거주해 오고 있는 자연·역사·문화의 흔적이 고스란히 살아 숨쉬는 ‘천혜의 보고’임에도 불구하고 일제 강점기와 6·25를 거치며 휴전선이 그어지면서 반세기가 넘는 동안 성장이 멈춘 상태다.
이러한 열악한 지리적 여건을 극복하고 ‘작은 거인’ 연천군이 2013년 5월,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을 입증해보였다.
5월 제59회 경기도체육대회와 제3회 경기도장애인체육대회을 성공적으로 치러냄으로써 연천군이 경기체육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 5월 22일 오후 김규선 연천군수를 만나 그 어느 때 보다 뜨거웠던 5월의 연천과 생생했던 체육대회에 얽힌 감동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민·관·군 똘똘 뭉쳐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땀방울의 기적’
가장 작지만, 가장 위대한 도전…‘작은 거인’ 연천군민 저력
1천200만 도민이 스포츠를 통해 하나되는 제59회 경기도체육대회가 ‘하나되는 경기의 힘, 도약하는 연천의 꿈!’을 주제로 지난 5월 13일부터 사흘간 22개 종목에 걸쳐 열전을 펼치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와 함께 경기도장애체육인들의 축제 한마당인 ‘제3회 경기도장애인체육대회’가 5월 20일부터 22일까지 열렸다. 이에 앞서 연천군은 지난 2009년 경기도생활체육대축전까지 치룬 바 있어 소규모 군 단위 도시에서는 처음으로 경기도 3개 메이저 종합대회를 모두 개최한 도시가 됐다.
그 누구보다 김규선 군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완변한 대회준비를 위해 불철주야 노고가 많았다.
“연천군은 그동안 인구수나 경제력 등 외형적인 잣대로 저평가돼 왔습니다. 수원, 성남, 안양 등 도내 일부 대도시에만 국한돼 개최됐던 경기도체육대회가 연천에서 열린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연천군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인구 4만5천599명으로 경기도내 최소 인구가 거주하는 지역입니다. 가장 작지만, 가장 위대한 도전을 통해 군민 모두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희망을 찾았습니다.”
김 군수는 작은 도시 연천이 도체육대회와 장애인체육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룰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연천군민의 저력이라고 평가했다.
“열악한 경기장 여건과 숙식 시설의 부족에도 불구, 민·관·군이 하나로 똘똘 뭉쳐 지난 1년여 간 철저히 준비해온 결과, 당초 우려와는 달리 역대 그 어느 대회보다 인정이 넘치는 대회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자원봉사자 3천여 명, 600여 공직자, 경찰, 소방대원, 학생, 그리고 군인들까지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대회에 참여해 연천의 힘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이번 대회는 연천군민의 힘으로 성공적으로 치러낸 ‘인정(人情) 체전’이라고 평가받았다.
군청 각 실·과·원·소, 읍·면·동과 각 사회단체별로 시·군 선수단과의 자매결연을 통해 물심 양면으로 지원함은 물론, ‘군민 서포터즈’를 운영해 자매 시·군에 대한 응원을 펼치는 등 역대 다른 대회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인정체전’으로 진행돼 시·군 선수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 같은 연천군의 노력과 헌신은 규제에 발 묶인 연천이 아니라 경기도의 당당한 주역으로 평가받으면서 비슷한 규모의 여타 지자체를 비롯, 대회를 개최하지 못한 도시들에게 ‘타산지석’으로 삼기에 충분했다.
이에 대한 김규선 군수의 자부심도 대단했다.
“연천군의 ‘인정(人情) 체전’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60년 동안 굴곡진 세월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군민들 몸과 마음속에 체득된 ‘무서운 저력’과 ‘단결력’이 역대 체전 중 가장 색다르고 내실 있는 대회를 만드는 바탕이 된 것입니다.
접경지역인 인근 고양, 파주, 김포, 양주, 포천 등은 철도·교통망 확충, 신도시 건설, 대기업 유치 등 국가의 정책 배려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반면 연천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나라에도 국운이 있듯이 연천도 이제 군운의 상승세를 탔다고 봅니다.”
김 군수는 도체육대회와 도장애인체육대회를 통해 직접적인 경제파급효과를 20억~30억 원 이상이라고 추산했다. 그 보다 경기체육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군민들의 업그레이드된 자신감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몇 천억 원 이상의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통일시대, 연천은 발전할 수밖에 없는 지역”
통일 한국의 수도 연천·DMZ 세계평화공원 최적지
“민선5기 시작부터 연천군 백학면 연천평야 일대를 DMZ 평화생태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준비했습니다. 비무장지대 안에 조성하면 연천이 핵심지역이 돼야 합니다. 현재 남북관계가 경색되었지만 이 또한 통일로 가는 몸부림이라고 봅니다.
향후 남북관계가 좋아질 것이며 통일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 전진기지인 연천은 개발 안할 수 없는 블루오션입니다. 차별과 규제로 힘든 세월을 견딘 연천은 발전할 수밖에 없는 지역입니다.”
연천은 무궁무진한 에너지와 역사적 가치, 자원을 갖춘 지역이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은 연천을 각종 규제로 인한 낙후 지역의 ‘대명사’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김 군수는 연천의 홍보와 브랜드 강화에 모든 열정을 쏟고 있다.
“연천하면 이 곳에서 군 생활을 했던 이는 군사지역으로, 미식가들에게는 민물매운탕 맛있는 지역, 학생들에게는 구석기 유적지 정도로 달달 외우고 있습니다. 사실 분단 이전까지 연천은 한반도 역사의 중심지였습니다. 연천은 거대한 역사책과 같습니다. 특히 고려문화가 연천땅에 선명하게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또한 쌀, 콩, 율무, 개성인삼 등이 아주 유명합니다. 그래서 역사와 유적지, 그리고 특산물을 위주로 연천 속에 꽃핀 고려문화 스토리텔링을 준비하고 있으며 앞으로 연천하면 고려문화가 떠오르게 할 것입니다.”
연천 사람들은 “밤낮없이 울리는 포성소리를 들으며 흔들리는 구들장에 누워 봐야 연천군의 비애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반세기 동안 포성소리에 시끄러웠던 연천군이 2013년 두 스포츠대회의 성공 개최를 계기로 군운이 상승세를 탄 도약의 한 해를 맞이하고 있다.
김규선 군수는 한반도의 중심 연천을 이제는 경기도의 주역으로, 통일한국의 중심지로 발전시키기 위해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글 _ 강현숙 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 _ 전형민 기자 hmj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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