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경기도]남한강변 타박타박 걸으면 자연·문화·역사와 만난다
물소리·새소리… 스트레스 어느새 싹~
대한민국 명품 트레킹 코스 발길 줄이어
고요한 늪에서 미꾸라지를 잡고 있는 백로 한 마리, 밭을 가로 질러 앙증맞게 흐르는 개천, 가르마를 단정하게 가르고 시치미를 뚝 떼고 앉아 있는 논, 삐거덕 삐거덕 펌프질로 물 긷는 소리, 닭이 홰를 치고 삽살개가 짓는 소리, 아궁이에 장작불 지피는 아련한 냄새….
양평 두물머리를 출발, 세계 100대 정원에 선정된 세미원을 지나 몽양 여운형 선생 생가와 이름 자체가 재미있는 국수역, 들꽃수목원과 양평전통시장 등으로 이어지는 ‘물소리길’을 걸으면 이처럼 눈이 즐겁고 귀도 간지럽고 코도 심심치 않은 공감각(共感覺)들을 경험할 수 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옆구리에 물소리가 채인다는 뜻을 담은 ‘물소리길’은 제주 ‘올레길’에 버금가는 대한민국 명품 트레킹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올레길’이 바닷가의 그윽하고 아늑한 풍광을 따라 이어진다면, ‘물소리길’은 강물과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한 채 펼쳐지는 게 남다르다.
그래서 약수터·실개천이 곳곳에 숨어 있어 어디를 걷든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두물머리, 세미원, 양수역 나루터, 정창손 선생 묘소, 한음 이덕형 선생 신도비, 몽양 여운형 선생 생가 및 기념관, 양근향교, 들꽃수목원, 곤충박물관, 양평군립미술관….
‘물소리길’을 걸으면 만날 수 있는 볼거리들이다.
중앙선 양수역~국수역~양평시장까지 총 30.2㎞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멀리 내다보이는 수도권 전철 중앙선 양수역에서 물소리길은 시작된다. 국수역까지가 1코스(13.8㎞), 국수역에서부터 양평시장까지가 2코스(16.4㎞) 등으로 모두 30.2㎞. 이 길은 전국 최고, 세계 최고의 물 맑고 풍광 수려한 고장을 만들겠다는 김선교 양평군수의 의지가 고스란히 녹여져 있다.
지난해 우연히 서명숙 제주올레길 이사장을 초빙,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올레길에 대해 특강을 부탁했었고, 이 자리에서 뭍의 ‘올레길’인 ‘물소리길’이 태동했다.
그리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성작업이 시작됐다. 관광객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중앙선 폐선로 구간을 중심으로, 자연 훼손이 적은 길, 험하지 않고 걷기에 만만한 길, 역사와 문화가 잘 보존된 길 등을 중심으로 하나하나씩 오롯한 길이 만들어졌다.
예로부터 터를 잡고 살아온 주민의 삶에도 귀를 기울였다.
미끄러운 산길에는 데크로드 대신 짚을 삼아 만든 ‘오름매트’를 깔았고, 나뭇결이 그대로 살아있는 통나무다리도 놓여졌다. 원래부터 있던 제방길은 살리고 찻길과 자전거도로는 되도록이면 피했다.
‘물소리길’ 조성에 들어간 예산은 6억 원. 이 가운데 길 탐사와 디자인,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마련 등 연구용역비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길을 놓는 데는 2억3천만 원이 소요됐다.
‘물소리길’을 걸으면 강바람이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려준다. 양수역에서 굴다리를 지나 용담마을로 들어서면 바다색과 풀색이 어우러진 리본이 200m 마다 바람에 나부끼며 이방인들을 맞이한다.
본격적으로 산길이 시작되는 월계골 입구에 다다르면, 정창손 묘역이 있는 사자골이 나오고 ‘바닥이 미끄러우니 주의하라’는 내용이 적힌 안내판이 있다. 지형이 급격히 바뀌는 길의 초입마다 이 같은 안내판들이 수두룩하다. 여행자가 외딴 길을 안심하고 걸을 수 있게 하기 위한 배려였다.
양평군은 이 길을 처음 찾는 도보 여행객들에게 과일 껍질 버리지 말기, 길가 농작물 욕심내지 말기, 길가에 핀 꽃 꺾지 말기, 탁 트인 정상에 올라가 소리치지 않기, 뒤에 오는 탐방객들을 위해 안내리본 떼 가지 않기, 길에서 만난 야생동물 괴롭히지 말기, 오고 가며 미소 짓고 눈인사 건네기 등을 주문하고 있다.
김선교 양평군수는 “‘올레길’처럼 ‘물소리길’도 놀멍 쉬멍 걸으며 각박한 도시생활의 스트레스를 치유하는 최적의 힐링 코스”라며 “남한강으로 펼쳐지는 수려한 풍광을 즐기면서 감성 여행을 즐기는 행복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_ 양평·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