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이승호 경기도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

허가제 → 면허제 전환 행동으로 변화 이끌것

“21세기 정치의 신개념이 거버넌스(Governance) 아닙니까? 마땅한 대안없이 방치된 전세버스업계가 정책권 안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발 빠르게 움직일 겁니다”

이승호 경기도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63)은 ‘행동’으로 ‘변화’를 가져오겠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이 제8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지 4개월여. 3년 임기 중 정확히 10분의 1을 지난 시점에서 그는 “갈 길이 멀다”며 또렷한 청사진을 그리고, 하루도 헛되게 보내지 않겠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이 이사장의 최대 숙원은 전세버스운송사업이 허가제에서 면허제로 전환되는 것으로, 이를 이루고자 이사장으로 취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누구나 등록만 하면 그만인 전세버스업계의 현행 시스템으로 인해 경쟁이 과열되고 업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며 “등록제를 면허제로 바꿔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업계의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게 모든 전세버스업 종사자들의 의견으로 조속히 뜻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을 거듭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의 최일선에서 행동하는 이승호

5월 중순,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에 위치한 조합 사무실에서 이승호 이사장을 만났다. 60대 중반으로 접어든 초로(初老)의 신사였지만 눈빛만은 안경 밖으로 번쩍일 만큼 강렬했다. 지난 1월 22일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가졌던 첫 인터뷰에서 스스로 강조했던 ‘강성(强性)’의 느낌이 입을 열지 않아도 온몸에서 내뿜어져 나왔다.

그는 연매출 30억원 규모의 전세버스업체를 경영하고 있다. 직원은 50여 명, 매출 규모로는 도내 430여 개 업체 가운데 열 손가락 안에 든다. 지난 2000년 11월 전세버스업계에 뛰어든 이래 5일장, 해돋이 등 관광 상품과 연계해 전세버스를 운영함과 동시에 기아자동차 등 기업 통근버스 운행을 지속적으로 해오며 업체를 키웠다.

이 이사장은 현재 방송통신대학교 관광학과 4년에 재학 중으로, 단순한 버스 대여에서 벗어나 여행사 역할까지 할 수 있도록 경영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회사를 운영하는 데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인 그가 조합 일까지 도맡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전세버스업계는 변화를 제일선에서 일으킬 ‘실천가’가 필요했고, 전세버스업에 종사하기 전 조직생활을 할 당시 노조활동을 해온 과정에서 알게 된 자신의 행동가적 면모를 발휘할 시기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회사 관리하기 바쁜 탓에 이사장직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전세버스업에 대해 알면 알수록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수십 년 간 제도권에서 외면받고 방치돼 온 전세버스업을 되살리기 위해선 행동하는 사람이 필요했고, 내가 직접 나서서 뛰어보자고 결심하게 됐습니다.”

전세버스업계 숙원사업 해결 ‘동분서주’

지난해 말, 이 이사장은 보고서 하나를 들고 국회 사무실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지난 2011년 2월 국토해양부 교통연구원에서 전세버스업계의 현황과 문제점, 대책에 대해 다룬 보고서였다.

지난해 9월 25일 윤관석 민주당 의원이 전세버스운송사업의 면허제 전환을 두고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입법 발의한 상태에서 이 이사장을 직접 만난 민주당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박기춘 의원이 지난해 11월 30일 추가로 입법 발의를 하게 됐다.

보고서에는 전세버스업이 등록제로 운영됨에 따라 불거지는 문제점이 분석돼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지입차’, 즉 운수 회사 명의로 등록된 개인용 차량에 대한 문제다.

이 이사장은 “지입차 운영이 불법임에도 대다수 업체에서 개인에게 명의를 빌려주는 대신 관리는 않고 전세버스를 운행하고 있다”고 혀를 찼다.

보고서에는 업체에 등록된 전세버스의 45%가 지입차라고 분석돼 있지만, 사실상 70% 이상일 것이라는 게 이 이사장의 의견이다. 지입차를 운영함에 따라 불거지는 가장 큰 문제점은 ‘안전불감증’이다. 지난 1993년 정부가 규제완화 차원에서 전세버스 면허제를 등록제로 전환한 이래 버스 관리가 전혀 되지 않으면서 경쟁이 과열화 양상을 띠고, 이에 따라 운행상의 안전성도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5월 현재 경기지역에 등록된 전세버스는 총 1만2천477대로 462개 업체에서 한곳 당 평균 27대를 보유하고 있다. 등록제 전환 전인 1993년, 31개사에서 838대를 운행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1천489%나 증가한 수치다.

이와 관련, 전세버스 수요가 수학여행과 체험학습 등이 많은 봄·가을철과 직장인 통근시간대에 몰려 있는 등 계절과 시간에 따라 불규칙한 가운데 전세버스 공급량이 지나치게 비대해졌다.

버스가 과잉공급되는 데 비해 관리가 되지 않다 보니 대형교통사고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 것도 사실로, 전세버스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지 오래다.

이에 대해 이 이사장은 제도를 개선해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넘쳐나는 전세버스를 면허제나 총량제로 전환하고 지입제 운영 대신 각 차주를 주주로 운영하는 식으로 바꿔야 한다”며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정부차원의 지원사업을 벌임으로써 전세버스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업계를 탄탄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6월 중 전세버스 면허제 전환사업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응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면허제는 불안한 전세버스 업계를 정착시킬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이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려 합니다.”

 학원버스 영업 규제·연식 제한 등도 이겨내야

전세버스업체의 학원버스 운영이 불법임에 불구, 사실상 상당수 버스가 학원생을 수송하고 있다. 학원버스 운행은 동일 구간을 반복적으로 운행하기 때문에 현행법상 노선버스의 사업범위에 들어가지만, 현실적으로 노선버스가 학원생 수송을 맡는 데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경기지역에 등록된 전세버스 1만2천477대 중 41%에 달하는 중형버스 5천100여대가 학원생을 수송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관련, 지난 2010년 당시 전세버스의 학원생 수송 불법 시비와 관련해 논란이 일면서 법 개정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데다 국토부가 2011년도 규제개혁과제로 전세버스의 학원버스 운행 허용을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아직도 제도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학교에서 수학여행, 체험학생에 사용하기 위해 전세버스업체와 계약을 맺을 시 연식제한을 두는 점도 전세버스업계의 극복 과제다.

출고된 지 3~5년 미만, 심지어는 1년 미만의 새 차만을 고집하는 학교가 수두룩하면서 업체는 그나마도 입찰 받으려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계약을 맺는 탓에 적자운영이 거듭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버스업계의 각종 문제점과 극복 사안을 두고 이 이사장은 임기 내 모든 분야에서 고른 성과를 이루기 위해 행동으로 나서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세버스업계가 또렷한 대책 없이 방치돼 있는 실정입니다. 세상에 정부에서 관리 좀 해달라고 사업체에 먼저 부탁하는 경우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만큼 전세버스와 관련한 문제가 상당하고 또 심각하다는 얘기죠.

정부와 언론에서 전세버스업계의 현실에 대해 관심을 둬줬으면 합니다. 저도 업계의 환부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최선으로 보살펴 전세버스업계가 건강하게 바로 설 수 있도록 앞장 서겠습니다”

글 _ 성보경 기자 boccum@kyeonggi.com 사진 _ 김시범 기자 sb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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