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당신은 진정한 기부천사

우리 주변에는 떡볶이 할머니, 젓갈 할머니, 김밥 할머니 등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돈을 모아 자신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도우려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경제 불황 때문인지 이러한 기부 행렬이 뜸해진 요즘, 부천시 원미구 상동주민센터에 한 할머니가 찾아왔다.

지난 8일 오전 11시경 상동주민센터를 찾은 염모(76) 할머니는 “나보다 더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을 위해 써 달라”며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에게 1천만원짜리 수표 1장을 건넸다.

염 할머니는 홀몸어르신으로 아들이 2명 있으나 부양을 받지 못해 기초생활 수급자가 되어 구청에서 매월 33여만 원의 수급비를 받으며 지인의 집에서 방 하나를 얻어 어렵게 살고 있다. 그럼에도 할머니는 생계급여가 나오는 날이면 종종 조심스럽게 주민센터 복지실을 찾아와 고생한다며 한사코 거절하는 담당자에게 빵을 놓고 간다.

한 번은 스웨터를 사와 담당자에게 선물이라며 주려다 담당자가 다시 되돌려 줬는데 나중에 들으니 스웨터를 직접 떠 주려다 마음에 들지 않아 가게에서 샀다고 한다.

이처럼 마음 따뜻한 염 할머니는 평소 저소득층 성금모금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안타까워하다 기부를 결심했다. 그 후 종교 단체, 모금회 등 믿음직한 위탁처를 찾던 중 주민센터가 가장 마음이 놓인다며 상동주민센터에 1천만원을 기부했다. 

이날 기부한 1천만원은 그동안 전세금 마련을 위해 염 할머니가 자신의 퇴직금과 생활비를 아껴 모아 어렵게 저축한 돈이다. 하지만 염 할머니의 어려운 형편을 알고 있는 담당자는 고민 끝에 다음날 할머니를 다시 만났다.

현재 심장병을 앓고 있어 병원비가 많이 필요한 할머니에게 가정형편도 안 좋고 앞으로 위급한 상황이 닥칠 때 쓸 돈은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나중에 기부해도 늦지 않다며 설득해 할머니는 마지못해 마음을 되돌렸다.

신록의 푸르름을 더해가는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등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달인 한편, 우리 주변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홀몸어르신 등 취약계층은 다른 때보다 더욱 외롭고 쓸쓸한 달이기도 하다. 이러한 때에 염 할머니는 본인의 어려움보다 이웃의 고통에 더 마음이 아파 기부를 결심하게 된 것이다.

탈무드에는 ‘자선을 행하지 않는 인간은 아무리 굉장한 부자일지라도 맛있는 요리가 즐비한 식탁에 소금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구절이 있다. 부천시 원미구 상동에 이런 소금과 같은 사람이 있어 동장으로서 매우 뿌듯하기 그지없다. 또한 매일 야근에 시달리고 산더미처럼 쌓인 업무처리에 힘들어 하면서도 복지업무를 취약계층의 눈높이에 맞추어 소임을 다해 나가는 우리 복지담당 직원이 한없이 자랑스럽다.

 

박종구 부천시 상동 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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