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경기침체 속 지방재정 달리보기

몇몇 지표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을 위시한 글로벌 경기침체가 추세적으로 반전할 기미는 없다. 발단이 됐던 재정부실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그런데 많은 부채가 성장을 가로 막고 있는지 아니면 낮은 성장률이 부채를 키우는지 ‘부채와 성장의 관계’에 대해 최근 세기적 논쟁이 흥미롭다.

그리스 재정위기가 절정이던 2010년 4월, 하버드 대학 경제학자들인 라인하트(Carmen Reinhart)와 로고프(Kenneth Rogoff)는 공공부채가 GDP의 90%를 넘으면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하락한다는 이른바 ‘로고프 절벽(Rogoff‘s Cliff)’을 주장했다.

그런데 3년 뒤인 지난 4월, 매사추세츠 대학 헌든(Thomas Herndon)과 애쉬(Michael Ash), 폴린(Robert Pollin)은 로고프 절벽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국가부채비율이 90%가 넘어도 마이너스(-)성장이 아니라 오히려 2%대로 꾸준히 성장한 나라가 많았음을 찾아냈다. 긴축이 정부지출 축소와 공공부문 대량 해고로 이어져서 경기침체를 더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에 켜져 있는 고용 없는 저성장의 적신호도 여전하다. 정부가 균형재정을 완강히 고수하는 이유다. 반대 목소리도 크다. 지금 건전성에만 목맬 게 아니라 경기 냉각을 완화할 적극적 재정활동을 통해 내수를 키워야 한다는 거다.

문제는 우리 거시경제 주체들에게 지금 그럴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과도한 부채가 시한폭탄이다. 우선 국가채무 규모가 480조원을 넘어 GDP대비 36%로 역대 최고다. 기업들의 부채도 자기자본보다 많다. 1천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는 GDP대비 80%로 OECD 평균 65%보다도 높다. 이 대목에서, 제4의 거시경제주체로서 상대적으로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는 지방재정의 적극적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방재정을 보는 눈은 대체로 곱지 않다. 방만한 재정운용 때문에 부채가 재정위기 수준에 이른 지방정부가 한둘이 아니라는 게 비판의 골자다. 그런데 거기에는 ‘부당한 진실’도 숨어 있다. 첫째, 정부는 자치단체의 부채규모가 한해 예산액의 40%를 넘기면 ‘재정위기단체’로 지정해서 재정권을 통제하거나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건 지방자치에 심각한 제약을 주는 문제기 때문에 그 판단기준이 특별히 충분한 경험적 이론적 바탕과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

우리처럼 한 회계연도 수입으로 총 부채규모를 감당할 능력을 보겠다는 ‘채무비율 40%’는 문제가 있다. 국가채무나 가계부채도 GDP를 기준으로 하고 기업부채도 자기자본 규모를 기준으로 한다. 이런 맥락에서 지역총생산(GRDP)을 기준으로 우리 지방정부들을 보면 부채비율은 10%를 밑돈다. 다른 거시경제 주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건전하다.

둘째, 애초 ‘채무비율 40%’는 지방채 발행한도 기준임에도 재정위기 진단지표로 원용되고 이게 다시 지방채 발행을 통제하는 순환논리가 됐다. 결국 ‘채무비율 40%’는 지방재정 위기를 과대평가하는 면이 있고, 그걸 전제한 지방채 통제도 과잉의지의 표현일 수 있다. 지금 여기서 재정자립도를 얘기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그건 다른 차원의 구조적 문제기 때문이다.

인천을 비롯한 지역경제는 지금 침체의 터널에 갇혀 있다. 지방재정과 지방채가 유력한 정책수단이 될 수 있다. 밑바닥 경제를 진작시켜 성장을 견인하고 늘어나는 세수로 부채를 줄이면 선순환이 된다. 지난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정부는 지방채 발행 확대를 독려한 바 있다. 지금은 어떤가. 지방의 운신의 폭을 좀 더 넓혀줄 때 아닌가.

김상섭 인천시 환경정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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