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크기는 꿈을 담는 크기가 아니죠”

능력 키울 곳 찾고 경력·지위 버리니…일하는 즐거움에 성취감은 덤
[눈높이 낮추면 일자리 보인다] 4. 용감한 도전

청년층이 중소기업을 기피하고, 장년층이 창업에 목을 매는 현 세태에서 “일자리는 자신의 능력을 키울 수 있고, 희망을 실현 할 수 있는 곳이 최고” 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이들이 있다. 자신의 꿈과 현실을 직시하고 과감하게 도전하라는 조언도 마다않 는 이들의 작업 현장은 열정만큼이나 뜨거웠다.

수원하이텍고 라웅재군 자신의 꿈 위해 中企 선택

“확고한 의지ㆍ소신 있다면 회사 규모 중요치 않아”

수원하이텍고등학교 정밀기계과 3학년에 재학 중인 라웅재군(19)은 모두가 가고 싶어하는 대기업 취업을 마다하고 임ㆍ직원을 다 합쳐 겨우 30여명이 되는 중소기업을 택했다.

라군은 애초부터 중소기업 입사가 목표였다고 했다. 인원이 적은 만큼 직원 개개인의 역할이 중요할 거란 생각에서다. 성취감도 클거고 무엇보다 자칫 묻혀버리기 쉬운 자신의 역량을 키우기에도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나을 거란 판단이 앞섰다.

라군은 지난해 초 이미 손에 꼽힐 만한 기업에 합격을 했지만 대기업이라는 울타리 안에 자신의 목표와 꿈을 가둬놓고 싶지 않았다. 급기야 ‘설계’ 파트에서 일하고 싶다는 오래전부터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올초 LCD장비와 반도체 세정장비를 생산하는 (주)에프원테크 행을 감행했다. 마이스터고 입학을 결정할 때도 확고한 의지와 소신이 있었다. 기계를 좋아했고, 기술 과목 시간이 즐거웠던 라군은 ‘빨리 내 적성을 찾겠다’는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마이스터고에 진학했다.

“어떤 일을 하겠다는 목표없이 오로지 대학 진학만이 꿈인 친구들과는 다르게 살고 싶었어요. 내가 무엇을 하면 즐거울까를 먼저 생각했고, 대학은 일을 하다가 배우고 싶은 분야가 확실해지면 그때 가도 늦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학입학만이 능사가 아니고, 대기업만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방정식이 아니라고 말하는 라 군의 꿈은 무한하다. “설계 전문가로 궁극적인 목표는 독립된 회사를 차리는 거예요.”

청년층이 중소기업을 기피하고, 장년층이 창업에 목을 매는 현 세태에서 “일자리는 자신의 능력을 키울 수 있고, 희망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 최고” 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이들이 있다. 자신의 꿈과 현실을 직시하고 과감하게 도전하라는 조언도 마다않는 이들의 작업 현장은 열정만큼이나 뜨거웠다.

 

용인 물류회사 김득수씨 ‘사장님’ 타이틀 놓고 재취업

나이 잊고 성실함으로 무장 입사 8개월만에 연봉 두배로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백봉리에 위치한 물류회사 (주)DTLY의 9층 작업장.

수십여명의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청바지에 분홍색 티셔츠, 가벼운 검정 운동화를 신은 김득수씨(60)가 바쁘게 문구류가 가득 담긴 박스를 실어나르고 있었다. 3년 전 이 곳에 입사한 김씨는 80여명의 직원 중 가장 입사가 늦은 ‘막둥이’이지만 나이로 치면 가장 연장자다.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수천여개의 박스를 나르고 물품을 분류하는 작업에도 김씨의 표정과 발걸음은 내내 가벼웠다.

그러나 김씨가 이 일을 시작하기는 쉽지 않았다.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식당을 운영한 ‘사장님’, 프랜차이즈 업체의 ‘이사님’으로 재직했던 그가 일자리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기란 쉽지 않았다. 단순 노동이나 서비스직 입사는 아예 고려대상도 안됐다.

“우연히 한 강사로부터 ‘눈높이를 낮춰라, 사회에서 당신을 보는 눈을 보라’는 말을 듣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는 김씨는 그 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에 뛰어들었다. 현재 일하고 있는 (주)DTLY는 아예 직접 이력서를 들고 회사를 찾아가 인사담당자를 설득한 끝에 입사에 성공했다.

제2의 인생을 맞은 김씨는 남들보다 열심히, 성실히 일한 덕에 입사 8개월만에 연봉이 두 배로 뛰었다. 김씨는 “장년층도 젊은이들처럼 도전정식을 갖고 새 일에 뛰어들겠다는 각오를 하면 일자리는 많다”며 “돈이나 안정성만 보지말고, 일하는 기쁨을 찾겠다는 생각으로 나서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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