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노인문제 미래의 내 현실

이선호 문화부장 lshg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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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별한 할아버지가 홀로 사는 할머니를 사랑한다. 이 할아버지 주변의 또 다른 할아버지는 자식들은 있지만 모두 출가하고 치매걸린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 지난 2010년 화제가 됐던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주인공들 모습이다.

이들은 영화속에서 노년에 아름다운 사랑을 하지만 결국 헤어진다. 또 중병에 걸린 아내와 함께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이 시대의 노인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서글픈지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은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아들은 병약해진 노부모를 외면하고, 사업에 실패한 딸은 노부모에게 손을 벌린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자식들을 이해하고 도와주며 아름답게 그려졌다.이 시대 노인들의 모습. 젊은 세대들의 가까운 미래가 투영됐다.

현실에서도 노인들은 자식은 있지만 의지할 수 없고, 병약해진 자신을 돌보기는 버겁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부양해야 하는 노인들의 수는 더욱 많아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2060년 우리나라 노인인구비율은 40.1%로 세계 최고수준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현재 노인인구는 589만명으로 전체인구의 11.8%를 차지해 정부도 조만간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획기적인 노인대책은 아직 피부로 느낄 수 없는 실정이다. 노인 관련 다양한 복지제도들이 운영중이나 아직까지 기초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노인들은 불행할 수 밖에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만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45.1%)이 가장 높고 전체 노인의 29.2%가 우울증상을 갖고 있다는 조사도 있다.

노후에 대한 사회적 제도가 열악한 대한민국 현실에서 내 노후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기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어른을 공경하는 문화가 미덕으로 전해져 내려왔다. 그러나 현재 우리 가족문화는 변질됐다는 점을 부인 할수 없다.

자식들이 부모를 모시려하지 않고 부모도 자식과 사는 것을 그닥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 어떻게 된 일인지 우리 사회에 노인 공경문화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한 복지기관 조사에서 노인학대 가해자 중 가장 많은 학대자가 아들이라는 씁쓸한 조사 결과도 노인들을 우울하게 한다. 가해자의 42.1%가 피해자의 아들이란다. 학대 유형도 다양해 정서적 학대 337건(41.9%), 신체적 학대 220건(27.4%), 방임(14.6%), 경제적 학대(10.8%) 등등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이 있어 자녀와 부모에게 선물을 준비하고 고마움을 표시하는 한달.

하지만 우리의 초점은 어디에 맞춰져 있을까? 노부모보다는 자녀를 먼저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들에게는 값 비싼 장난감을 과감히 사 주지만 노부모에게는 그 흔한 카네이션 선물하기도 망설이는 자식들이 의외로 많다. 노부모들도 응당 그려려니 하는 분위기다.

고령화 시대 노인관련 대책 마련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병행해야 할 것은 가족의 회복이다. 부모를 공경하는 정서적,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될 때 전반적인 노인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노인문제는 비단 현재의 문제가 아니고 미래의 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미래의 노인이 된 내 모습을 생각하고 현재의 노인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이선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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