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자살 예방, IMF ‘금 모으기’처럼 마음 모아야

자살은 생을 가장 마감하는 가장 불행한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8년째 OECD 국가 중 자살율 1위다. 경기도에서는 2011년 3천600여명이 자살했고 노인 자살은 1/3에 해당하는 1천200여명에 가깝다. 이 불행을 반전시킬 도민 전체의 관심이 시급하고 중차대한 시기이다.

이미 높은 자살율을 경험했다가 자살율을 낮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비결을 귀담아 듣고 경기도에 적합한 창의적인 자살율 감소 정책을 추진해가야할 때다.

심리부검으로 자살율을 낮춘 핀란드나 고독사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일본이나 우울증 치료 확대에 나섰던 영국 등 모두 자국의 실정에 맞는 자살율 감소정책을 추진해 자살율을 낮췄다.

세계보건기구의 연구에 의하면 한 사람이 자살했을 때 주변에 적어도 6명이 영향받고 애도, 우울을 경험한다. 자살이 줄지 않으면 주변 사람까지 심각한 여파로 고통을 겪고 또 그 중에서 자살자가 나온다. 한 사람의 자살을 예방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을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호주, 캐나다 등지에서 자살예방 뿐 아니라 사람들의 정신적인 극심한 고통으로부터 주변 사람들이 도울 수 있는 심리적 응급조치(Psychological First Aid)를 개발하고 보급한 것은 주변 사람들의 자살예방을 몇몇 기관에 의존해서 해결할 수 없고 친지, 동료, 이웃들의 참여없이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러 효과적인 대단위 정책도 필요하지만 지금 주변에 극심한 고통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한 마디가 무엇인지를 전 국민, 전 도민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서로를 지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

핀란드나 일본처럼 수천억원의 천문학적인 예산을 확보할 수 없다면 우리가 해야할 일은 수천억원에 이를만큼의 관심과 참여, 활동을 조직하는 것이다.

IMF라는 극심한 경제공황에서 모든 국민들이 ‘금 모으기’라는 운동에 참여했듯이, 우리는 세계 최고의 자살율 국가를 연이어가는 심리공황에서 도민들의 ‘관심 모으기’ 운동을 펼쳐야한다.

죽고 싶다고 고백하는 친구, 동료, 이웃을 위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것이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는 일이다. 진지한 경청과 따뜻한 한마디, 도민 전체가 서로를 위로해줄 수 있는 문화가 시급히 조성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힘들지 않니?”라고 한 번 더 주변에 물어야 한다.

 

김현수 경기도정신건강증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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