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양민학살 62년만에 한 풀었다

한국전 당시 인민군 부역 혐의자ㆍ가족들 집단 총살 법원, 15억 국가배상 판결

한국전쟁 당시 최소 100명 안팎의 민간인이 집단 처형당한 ‘여주 부역혐의 희생사건’의 유가족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지상목 부장판사)는 Y씨 등 65명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가 14억9천9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희생자와 유가족이 겪은 극심한 고통, 사회와 국가로부터 받았을 차별과 냉대·편견과 이로 인한 경제적 궁핍, 국가가 60년 이상의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별도의 조치없이 손해를 방치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피고 국가는 재판에서 해당 사건이 발생한 지 60년 이상이 지났기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권의 시효가 끝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진실규명 결정을 한 지난 2009년까지 유가족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히려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할 국가가 불법으로 기본권을 침해한 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이제 와서 원고들이 미리 소를 제기하지 못했다며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다”고 질타했다.

이어 재판부는 “위원회의 결정이 법원에 구속력을 가지는 처분은 아니지만 명백히 잘못됐다고 볼만한 특별한 자료가 없는 이상 이를 존중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앞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2009년 5월 여주 부역혐의 희생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위원회는 지난 1950년 9월 서울 수복 이후부터 이듬해 초 재수복 때까지 인민군 부역 혐의자나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집단 총살당한 여주군 주민을 98명 이상으로 추정했다.

희생자들은 군인이나 경찰에 의해 연행돼 창고에 갇혀 있다가 경찰지서 뒷산과 강변, 공동묘지 등지에서 총살당했으며 희생자 중에는 네 살배기 여자 아이도 있었다.

한편, 같은 재판부는 지난 1948년 ‘여순 반란사건’ 당시 군경이 반군 협력자를 색출하는 과정에서 희생당한 송윤섭·치섭씨 형제의 유족이 낸 소송에서도 국가가 1억9천8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류진동 양휘모기자 return778@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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