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청춘에게 고함, 아름다운 포기

요즘 제가 고민하는 것은 대형교회 목사로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입니다. 성도들이 많아지고 교회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교회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일임에도 포기하는 것, 그것이 교회가 진정으로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많은 예배를 드린다면 성도는 더 많이 모이겠지만 지금 해야 할 일은 성도를 늘리는 것이 아닙니다. 기존의 성도님들을 잘 관리하고 기도하는 것이 지금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히려 예배를 줄이는 것에 대해서 고민해야 합니다. 더 큰 예배당을 짓는다면 교회는 더 많은 성도와 영향력을 가질 수 있겠지만 그것을 포기해야 합니다. 대신 어려운 이웃과 교회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나 둘 내 기득권을 포기해 나가면서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선택해야 합니다.

우리 인생에 늘 선택의 문제가 따라다닙니다. 무엇인가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은 다른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포기가 쉬운 일도 있지만 정말 포기하기 어려운 일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포기해야 할 때에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합니다. 포기는 어렵지만 아름답습니다.

청년 시절은 미래 인생 준비할 때

장용호 씨가 쓴 ‘건축가, 세계에서 인생을 배우다’라는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을 발견했습니다. “청춘에게는 시간을 들여 돈을 만드는 것보다 돈을 들여 나의 시간을 만드는 것이 더 가치 있다.”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젊은이들에게도 돈은 참 요긴합니다. 그 시절 사야 할 건 왜 그리도 많고, 돈이 들어가야 하는 곳은 얼마나 다양한지 모릅니다.

그래서 젊음이들 가운데에는 스스로 돈을 벌어서 학교를 다니고 자신의 용돈을 마련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비를 마련하고 용돈을 벌어 쓰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기특하다고 칭찬합니다. 또한 본인 스스로도 그런 자신을 대견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물론 자신이 돈을 벌지 않으면 학교를 다닐 수 없을만큼 어려운 젊은이들의 경우는 예외입니다. 하지만 돈을 버는 이유가 단순히 삶을 보다 여유있게 살기 위해서 혹은 즐기기 위해서라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젊음의 때는 돈을 모으기보다 돈을 써서 시간을 가치 있게 만들어야 하는 때이기 때문입니다. 돈은 다시 벌수 있지만 지나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습니다.

젊은 시절 저도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공부하던 때는 참 어려웠습니다. 부모님의 도움이 없이 혼자 일하며 가족들을 부양하고 공부를 마쳐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부담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일자리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유학생으로 벌수 있는 돈이 한계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계산을 해도 돈을 벌며 시간을 쓴다면 공부하는 기간이 너무 길어질 것이고, 그 기간동안 들어가야 할 생활비가 엄청난 액수였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버는 대신에 더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을 타자. 일할 시간에 공부하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고, 돈을 버는 것보다 일찍 공부를 마치는 것이 결국에는 더 큰 돈을 버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즐거움 잠시 내려놓는 용기 필요

3년을 공부해야 마치는 미국 신학교의 대학원 과정을 2년에 마쳤습니다. 박사과정에 들어가서도 주말 교회 사역과 방학 때 일한 것을 빼고는 늘 도서관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 결과 남들보다 훨씬 빠르게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공부를 해야 할 때가 있고, 돈을 벌 때가 있습니다. 특별히 청년의 시절은 돈을 버는 것보다는 실력을 키우고 앞으로의 인생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즐거움을 잠시 내려놓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다시 오지 않을 이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기억하세요. “해야만 하는 일을 하면 하고 싶은 일을 할 때가 온다!”

김 병 삼 분당 만나교회 주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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