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오원춘사건 그 후 1년, 그리고 주취자

귀가 중인 여성을 참혹하게 살해해 온 국민을 경악하게 했던 오원춘 사건이 발생한지 꼭 1년이 지났다.

그동안 경찰청은 통합 112신고센터를 개설하여 인력을 확충하고, 112신고접수 요원 자격기준을 강화했으며, 일선 지구대·파출소에 긴급한 상황을 보다 신속히 전파할 수 있도록 긴급 상황 공유시스템, 이른바 공청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위치정보법을 개정해 위급 상황시 신고자의 동의없이 휴대전화 위치조회가 가능하게 되었고, 올해 12월 안으로는 112신고 부재중 전화 재확인 서비스인 콜백 시스템도 도입할 예정이다.

경찰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112신고전화는 여전히 통화 중인 경우가 많다고 하고, 국민들이 느끼는 치안 만족도도 썩 높아진 것 같지 않다. 일선 파출소에서 근무하면서 요즘도 가끔 신고자에게 ‘오원춘 사건이 난 지 얼마나 됐다고 아직도 이렇게 늦게 출동하느냐’는 항의를 받곤 한다. 최대한 신속히 도착하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 경우 중 하나가 바로 ‘주취자 처리’ 문제다. 주취자를 귀가시키거나, 주취자와 실랑이를 하던 중 긴급 신고 사건이 지령되면 정말 난감하기 그지없다. 이런 경우 부랴부랴 주취자를 순찰차에 태워 파출소 내 또는 안전한 곳을 찾아 주취자를 데려다놓고 출동을 하게 되는데 그 소요시간이 2분, 3분이더라도 긴급신고를 하는 신고자 입장에서는 20분, 30분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며, 생사가 갈리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또 112신고센터에서도 늦은 밤이면 아무런 이유없이 전화해 허위신고를 하거나, 욕설을 하는 주취자들의 신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러한 주취자 문제는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국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문제임을 분명히 각인시키고 고쳐나아가 국민들이 보다 질 좋은 경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서 상 두 수원남부경찰서 인계파출소 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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