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출신 첫 ‘스포츠 대통령’ 막오른 소통ㆍ화합ㆍ조화발전 시대
대한체육회 회장직은 55개 정가맹 단체와 17개 시·도 체육회, 17개 재외 한인체육단체를 총괄하는 대한민국 엘리트 체육의 ‘본산’으로 그야말로 막중한 자리다.
1920년 조선체육회로 출범한 대한체육회의 93년 역사상 처음으로 국가대표 선수 출신 ‘스포츠 대통령’이 지난 2월 22일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경기도체육회 부회장 출신으로, 한국 유도의 ‘대부’에서 ‘스포츠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김정행(71·용인대 총장) 회장. 김 회장은 제38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역시 국가대표 출신으로 탁구 ‘사라예보 영광의 주역’인 이에리사 국회의원을 3표 차로 누르고 당선돼 4년 임기의 회장에 취임했다.
선수에서 시작해 대한체육회 ‘수장’에 오른 김 회장은 평생을 체육인으로 외길 인생을 살아온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선수시절 ‘무적행진’…국제 스포츠 외교통으로 통해
김 회장은 1943년 경북 포항에서 태어났다. 옛 동지상고에 입학했다가 유도를 위해 대구 대건고교로 전학, 본격적인 선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1962년부터 7년간 국내 무대에서 적수가 없을 정도로 ‘무적행진’을 이어온 그는 1967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하계유니버시아드에 국가대표로 출전, 은메달을 획득해 고향인 포항에서 사상 첫 카퍼레이드 행사로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현역에서 은퇴한 뒤에는 유도 심판과 국가대표팀 코치·감독을 거쳐 대한유도회부회장을 지낸 뒤, 1995년부터 올해 1월까지 6회 연속 대한유도회장을 역임하며 한국유도를 종주국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정상급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또한 1995년부터 18년간 경기도체육회 부회장과 2005년부터 대한체육회 부회장을 맡아 왔으며,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과 2010년 베이징 올림픽에 한국선수단 단장을 맡기도 했다.
2005년에는 남북 체육실무회담 대표단 단장을 역임하는 등 체육 행정가로서도 역량을 발휘했다. 그는 국내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유도연맹 회장과 아시아유도연맹 회장, 국제유도연맹 부회장으로 국제 스포츠무대로 외연을 넓혀온 대표적인 스포츠 외교통이기도 하다.
모교 용인대서 48년 교육자로 후학 양성
그는 체육인임과 동시에 교육자다. 1975년 모교인 용인대 교수로 임용된 이후 주요 보직을 거친 뒤 지난 1994년 총장에 임명돼 19년째 연임을 하고 있는 등 48년을 교육자로 후진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도인으로는 최고 경지인 10단에 지난 1월 국내 최연소 승단을 기록한 그는 한국 유도의 ‘대부’이자 ‘거목’으로 우뚝 섰지만 이루지 못한 두 가지 꿈이 있었다. 그 하나는 대한체육회 회장이고, 나머지 하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다. IOC 위원은 연령제한 때문에 꿈을 접어야 했고, 대한체육회장 만큼은 꼭 이루고 싶은 꿈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지난 2002년 제34대에 이어 2008년 제36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도전했으나 실망스러운 결과로 쓴잔을 들었고, 2009년 다시 출마를 준비했지만 이번에는 대한유도회 전임 회장인 박용성 회장의 출마로 인해 ‘킹 메이커’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4년 뒤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30여 년간 끈끈한 인연을 맺어온 박용성 회장이 재출마를 포기하면서 3번째 도전 기회를 얻었고, 두 번의 실패를 거울 삼아 일찌감치 조직력을 다지면서 준비를 한 끝에 마침내 대한민국 체육의 최고 ‘수장’ 자리에 올랐다.
고희를 넘긴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건강미와 강한 카리스마가 인상적인 김 회장은 대한체육회장 당선 후 첫 일성으로 “소통과 화합을 통해 대한민국 체육발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경기인(競技人) 출신 회장에 대한 체육계의 개혁과 변화를 기대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개혁과 변화가 필요하지만, 갑자기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다”며 “‘법고창신(法古創新·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만든다)’의 정신으로 장점은 살리고 바꿀 것은 점진적으로 추진해 안정적인 개혁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지방체육이 살아야 한국체육이 발전할 수 있다”
김 회장은 자신이 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걸었던 △재정자립 기반 구축 △체육인 교육센터 건립 및 체육인 복지향상 △남북 체육교류 정례화 △종목별 국제대회 유치 지원을 통한 스포츠 외교력 강화 △경기단체와 시·도체육회 자율성 확보를 위해 한국 체육에 대한 마지막 봉사의 기회로 삼고 소임을 다할 것을 피력했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활발한 투자와 재정자립은 대한체육회가 안정적으로 발전하는 첫 조건”이라며 “이탈리아처럼 스포츠토토 수익금의 50%를 체육회가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김 회장은 “4대 메이저 대회인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월드컵축구대회 등을 모두 유치한 우리나라가 스포츠 외교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는 종목별 국제대회 유치가 필수적이다. 때문에 대한체육회는 국제대회 유치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18년간 경기도체육회 부회장으로 재임한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지방체육에 대한 현실을 잘 알고 있는 김 회장은 “지방체육이 살아야 한국체육이 발전할 수 있다”며 “현재 체육행정의 상당 부분이 중앙에 치중돼 있다. 엘리트 체육의 근간인 학교체육을 직접 육성하는 지방체육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고, 지방의 참여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엘리트 체육의 양대 축인 중앙경기단체와 지방체육, 국제 경기단체 행정을 두루 섭렵한 김 회장에 거는 체육인들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도 큰 것이 지난 제38대 회장 선거에서 표출됐다. 국가대표 경기인 출신인 김 회장이 이 같은 체육인들의 기대에 어떻게 부응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글 _ 황선학 기자 2hwangpo@kyeonggi.com 사진 _ 추상철 기자 sccho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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