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생물주권 확립 중추기관 1천100만점 생물표본 소장할 수 있는 동양 최대 규모의 최첨단 수장시설
우리나라에는 모두 10만여 종의 생물이 사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확인된 것은 3만여 종에 불과하다. 최근 들어 생물산업(BT)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신품종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가야할 길이 먼 셈이다.
특히 대다수의 의약품은 생물에서 추출한 천연물질로 만들어 지는 만큼 의약품 분야의 생물연구는 블루오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스피린과 간장질환제, 혈액순환제의 주원료가 버드나무, 엉겅퀴, 은행나무에서 추출되고, 미생물에서조차 활성물질이 추출된다는 것은 이제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생물 관리체계는 그동안 너무 미진했다.
미국에서 인기 있는 라일락 품종인 ‘미스킴 라일락’과 크리스마스트리로 가장 많이 팔리는 ‘구상나무’의 원산지는 우리나라다. 피자와 파스타 등 서구 음식과 곁들여지는 오이 피클 역시 우리 토종인 ‘백다다기 오이’를 개량해 만든 것이다.
다행히 생물자원의 발굴과 확보, 소장, 연구를 위해 우리나라는 손을 놓지 않고 있었다. 더욱이 다양한 전시물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생물자원의 중요성과 이용·보전의 필요성도 후대에 알리고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세대의 소중한 국가적 자산인 자생생물자원을 한눈에 볼 수 있고, 우리나라 생물을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연구도 함께 진행하는 곳. 인천시 서구 경서동에 있는 국립생물자원관에는 보물과 같은 생물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동양 최대 규모… UN 생물다양성 보전 선도기관 지정
지난 2010년 나고야 의정서(생물다양성협약)가 채택되면서 선진국의 품종 확보 노력은 더욱 치열해졌다. 생물유전자원을 이용할 국가는 그 유전자원을 제공하는 국가 승인을 받아야 하며, 발생한 이익도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품종이 곧 돈이고 자원인 시대가 온 것이다.
미국은 이미 마다가스카르섬에 생물연구소를 설립하고 전 세계의 생물자원을 수집해 연구를 진행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일본 역시 국외에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이미 19세기부터 세계 각지에서 품종을 수집했다. 우리의 재래종 고추·배추·무 등도 반출해 자신들의 소유로 등록해 논란을 빚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반격이 시작됐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서구 종합환경연구단지 내에 대지면적 6만7천15㎡, 지상 4층 규모(2만9천120㎡)로 지난 2007년 10월 문을 열었다. 모두 19개 수장고(6천661㎡)에서 1천100만점 이상의 생물표본을 수장할 수 있는 동양 최대의 규모도 갖췄다.
수장고에는 고등식물·균류건조·식물기본·식물액침 등 식물표본과 척추동물건조·척추동물액침·무척추동물·곤충건조·곤충액침 등 동물표본 등 발굴과 기증을 통해 확보한 210만점의 표본이 보관돼 있다.
또 액체질소 등에 냉동된 유전자원과 천연물도 함께 확보하고 있다. 양질의 표본확보와 함께 국가경쟁력 강화 등을 위한 조사·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곳에 마련된 해부 및 형태실험실, 전자 현미경실, 분자·유전자분석실 등 모두 18개 연구실험실에서 매일 같이 석·박사급 생물군별 전문가 61명 등 102명의 인력이 우리나라 생물에 대한 조사·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전자현미경, 전자동 DNA추출기 등 첨단 연구장비도 확보하고 있다. 세계적 수준의 생물자원 소장·연구기관이 되기 위한 노력 끝에 짧은 기간에도 UN 생물다양성 보전 선도기관으로 지정되는 등 성과도 일궈냈다.
수요자 중심의 교육 및 전시 프로그램 운영
국립생물자원관은 조사·연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시물과 교육 프로그램을 갖춰 살아있는 교육의 장으로서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모두 3개의 전시실과 1개 기획전시실, 체험학습실, 곶자왈 생태관을 갖춘 국내 유일의 자생생물 전문 전시관이기도 한 이곳에는 한반도 주요 고유생물, 자생생물 1천376종의 실물표본 6천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관은 한반도 생물의 다양성을 알리는 제1전시실에서 시작한다.
원핵생물계, 원생생물계, 진균계, 식물계, 동물계 등 한반도의 다양한 고유생물과 자생생물 실물 표본이 5계로 나눠 전시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생물 종류를 확대한 모형과 현미경 사진, 제주고사리삼과 금강초롱 등 우리나라 고유속(6속) 식물, 생물 다양성의 근원인 변이와 종분화 등을 한 장소에서 만나 볼 수 있다.
특히 이곳엔 큰부리바다오리, 한국뜸부기 등 국내 유일의 표본을 비롯해 한반도에서 마지막으로 발견된 여우 실물표본 등 전반적인 생물의 표본이 전시돼 있다. 환경보호를 위해 전시표본은 로드킬, 환경오염 등에 의해 희생된 동물을 이용해 제작하는 등 배려가 돋보인다.
제2전시실은 산림, 하천·호수, 갯벌 및 해양생태계 등을 디오라마 기법을 도입해 실내에 구현해놨다.
중부지방의 산림에 사는 다양한 생물, 독도 주변 바닷속의 다양한 생물 등을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것도 마치 살아 있는 듯이 만나 볼 수 있다.
이어 제3전시실은 생물의 소중함, 생물자원의 이용, 생물다양성의 보전에 관한 전시를 통해 생물자원과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관객들에게 알리고 있다.
이곳엔 모두 221가지의 멸종위기종 사진 및 표본이 전시돼 있다. 이와 함께 한반도 자생 생물을 주제로 다양한 기획·특별 전시가 마련돼 있는 기획전시실과 제주도 중산간 지역의 난대림 생태계를 재현해 놓은 곶자왈(화산암이 많은 제주도 한라산 중턱의 지형) 생태관도 관람의 묘미다.
관람안내
·관람시간 : 09:30~17:30(오후 5시 30분까지 입장완료)
·입 장 료 : 무료
·휴 관 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명절 연휴
·주 소 : 인천광역시 서구 난지로 42 종합환경연구단지 내 국립생물자원관
·예약접수 및 문의 전화 : 032-590-7000 홈페이지 : www.nibr.go.kr
글 _ 신동민 기자 sdm84@kyeonggi.com 사진 _ 국립생물자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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