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성’, ‘중독성’, ‘선정성’, ‘사행성’ … 지난 몇 년간 국내 게임 산업을 수식했던 편견의 시선이다. 사회를 경악시킨 강력범죄가 터질 때마다 게임은 주요 배후였다. 이 같은 혐의로 지난 정권에서는 ‘셧다운제’를 비롯한 ‘게임시간선택제’, ‘쿨링오프제’ 등의 다양한 규제 법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국내 게임 산업의 양적 성장 이면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셈이다. 하지만 즐거움을 주는 게임의 메커니즘은 실생활에서 아주 유익한 측면이 많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게임의 순기능은 극대화하고 역기능은 최소화한 ‘기능성게임’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 낯선 개념이지만 점차 그 영역을 넓히고 있는 기능성게임에 대해 살펴봤다.
■ 부정적 인식 탈피 … ‘착한 게임’으로 진화 중
기능성게임은 1977년 미국의 사회학자 클라크 앱트가 자신의 저서 ‘기능성게임(Serious Game)’에서 처음 사용했다. 단어 그대로 게임이 가진 흥미와 몰입, 재미 등을 이용해 국방, 의료, 교육 등의 다양한 분야에 적용한 게임을 뜻한다.
경기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기능성게임 시장은 4천500억원(2010년 기준)으로 전체 게임시장의 5%를 차지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6천억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세계 기능성게임 시장이 2조5천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0%가량의 적지 않은 시장 점유율을 보이는 셈이다.
이에 따라 국내 게임업체도 게임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해소하고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능성게임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우선 국내 대표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는 장애아동을 위한 앱 개발을 통한 사회공헌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월 말 열린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에서 시연한 ‘인지니’는 18개월부터 36개월의 인지연령을 가진 지적장애 아동을 위한 아이패드 기반 게임이다. 또한 엔씨소프트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제작한 ‘푸드 포스’라는 게임을 한글화해 내놓기도 했다.
인도양의 가공의 섬 ‘셰일란’에서 굶주린 주민들에게 식량을 전달하는 내용의 게임이다. 엠게임 역시 지난 2년간 15억원을 투자해 아동의 자기조절능력 향상을 위한 기능성 게임인 ‘마인드 비타민’을 출시했다. ‘마인드비타민’은 엠게임이 지난 2011년부터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원으로 서울대, 대한태권도협회 등과 함께 개발한 어린이 주의력 및 행동조절 능력 향상 목적의 기능성게임이다.
플레이어는 ‘마인드비타민’의 몸에 직접 행동인식장치를 착용해 게임 속 캐릭터가 돼 직접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엠게임 측은 “기존 놀이를 통한 치료보다 자발적 참여와 몰입도가 높아 아동의 자기 조절 능력에 필요한 주의력, 판단력 향상에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다”고 전했다.
■ 국내 최대의 기능성 게임페스티벌 ‘굿게임쇼’
기능성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오는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릴 예정인 국내 최대의 기능성 게임페스티벌인 ‘굿 게임쇼(Good Game show) 코리아 2013’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4회 대회를 치룬 경기기능성게임페스티벌이 전신으로 그동안 국내 기능성 게임 산업 발전과 수출 향상에 큰 역할을 해왔다. ‘굿 게임쇼’로의 명칭변경은 경기도 행사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전시회로 거듭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진흥원은 이번 행사에 해외 70여 곳, 국내 업체 200여 곳이 참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즈미팅 등을 제외한 수치다. 지난해에는 일반 전시와 비즈매칭 등을 모두 포함해 190여 곳이 참여했다. 수출 상담 실적도 지난해 1천158만 달러였지만 올해는 이보다 증가한 1천500만 달러의 실적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미 한국스마트폰게임개발자그룹 소속 개발자들이 독립부스를 마련해 참가하기로 결정됐으며, 골프존, 블루핀, SKT 등 70여개사의 참가가 확정된 상황이다.
최동욱 경기콘텐츠진흥원장은 “기능성게임의 순기능과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시장이 날로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어 올해 규모를 크게 늘렸다”면서 “전시와 체험은 물론 수출상담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대규모 행사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